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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수사 편의주의 낡은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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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수사 편의주의 낡은 발상

입력
2000.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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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수사 참고인을 강제 구인(拘引)하는 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라고 한다. 지금으로선 수사에 꼭 필요한 주요 참고인이 소환을 거부해도 뾰족한 방도가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그래서 재판과정의 증인과 마찬가지로, 소환에 응하지 않는 참고인은 법원의 구인영장을 받아 강제 소환하는 제도를 올 정기국회에 제출할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법리를 따지기 전에,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이 참고인 강제구인 제도가 없는 탓에 수사에 얼마나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궁금하다.

수사기관이 참고인을 제멋대로 오라 가라 하는 바람에 고통을 겪었다는 하소연은 숱하게 들린다. 반면, 참고인이 말을 듣지 않아 수사를 못하는 경우가 과연 얼마나 되는지 의문인 것이다.

국민의 권리의식이 높아져 수사기관의 소환이나 협조요청을 거부하는 참고인이 늘어난다고 볼 수는 있다. 그러나 수사 편의를 위해 범죄 피해자를 포함한 참고인의 인권을 해치는 사례가 많은 현실에서, 강제구인 제도를 도입하는 명분을 국민이 납득할지 의문이다. 수사상 필요를 앞세울 일이 아닌 것이다.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는 주된 목적은 형사사법 절차의 민주화와 인권보장 확대에 있다. 따라서 수사상 편의를 위한 참고인 강제구인 제도는 이런 큰 뜻과 걸맞지 않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피의자와 피고인의 신체의 자유 등 인권보호 장치를 확대하는 것이 시대적 요구인 상황에서, 피의자도 아닌 참고인의 자유를 제약하는 장치를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검찰은 피의자가 수사기관 조사 때부터 변호인의 도움을 받도록 형사소송법을 개정할 계획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수사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참고인 구인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약자인 피의자의 방어권을 수사기관과 대등하게 끌어 올리는 노력에 맞서, 우회적으로 수사기관의 힘을 다시 확대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참고인 구인제도를 피의자 신병을 확보하는 편법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수사 참고인을 재판의 증인처럼 다루는 것은 위험한 편의적 발상이다. 우리 헌법원칙에 따르면 인권보장적 당사자주의가 형사사법절차의 토대다.

검찰과 피고인이 대등한 입장에서 법정에서 사안을 다투고 밝히는 것이 이상이다. 따라서 검찰측의 재판준비 과정인 수사의 참고인과, 법원이 채택한 증인의 지위는 전혀 다르다. 가뜩이나 ‘검찰관 사법’으로 불릴만큼 검찰 수사권 보장에 치우친 현실에서, 기본권의 핵심인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있는 제도를 새로 도입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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