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짜리 한알은 돼도 250㎎짜리 두 알은 안된다.”서울 A약국 약사 김모씨는 최근 처방전을 들고 온 환자를 울며겨자먹기로 돌려보내야 했다. 인근 의원이 발행한 처방전에 기재된 500㎎짜리 알약이 없었기 때문이다. 250㎎ 두알을 쓸 요량으로 처방의사에게 전화했더니 대답이 완강했다. “절대 안됩니다.”
대한약사회는 9일 의약분업 실시이후 의사들의 이런 ‘이해안되는’처방을 한데모아 ‘심술처방’이라는 이름으로 공개했다.
약사회가 꼽은 심술처방에는 한 군데 의원에서 보조치료제인 소화제를 5종류나 달리 처방해 놓은 게 대표적. 약사가 다른 소화제로 바꾸겠다고 하면 의사는 “절대안된다”며 약사를 골탕먹인다는 것. 이럴 경우 약사는 손님을 그냥 돌려보내야 한다.
또 관절염 환자에게 일반의약품인 ‘케토톱’을 처방해 놓고 처방료를 받거나, 효과가 똑같은 먹는 약이 분명히 있는데도 주사제를 처방, 병원으로 두번 걸음하게 하는 것도 환자를 괴롭히려는 ‘심술처방’이라고 약사회는 주장했다.
이밖에도 경미한 질환에 처방전 유효기간을 하루로 잡아놓거나 아침 점심 저녁에 먹는 약을 조금씩 달리 처방하는 경우도 많다고 약사회는 지적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의약분업에 대한 의사들의 불편한 심기가 깔려있는데다 환자들을 불편하게 해 제도 자체를 되돌리려는 심산같다”고 말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