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오시니 기분 좋습니다.”(대한의사협회 관계자), “함께 고민해 문제를 풀어가도록 합시다.”(최선정·崔善政보건복지부장관), “아버지가 장관이 나온 B고에서 교편을 잡았습니다. 혹시 알고계신지요?”(의쟁투 관계자), “문과출신이어서 잘 모르겠네요…”(최장관)최장관이 의협을 전격 방문한 8일 저녁 6시께 양측이 주고 받은 대화내용이다. 긴장감은 있었지만 헤어졌던 친구들이 조우한 듯 분위기는 썩 괜찮았다.
부임한 지 하룻만에 ‘허락도 없이’ 찾아온 최장관은 말미에 의협 집행부의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꼬일대로 꼬인 의약분업 실타래가 어렵지 않게 풀리는게 아니냐는 기대도 그래서 나왔다.
그걸로 끝이었다. 최장관을 돌려보내자마자 의협은 긴급 상임이사회를 열어 전면 재폐업을 결정했다. 불과 4시간 동안 손바닥 뒤집듯이 달라진 의협의 태도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 상임이사는 이렇게 말했다. “최장관이 정치적 의도로 방문했으니까, 정치적으로 대했을 뿐이지요.” 1시간여동안 주고받은 대화가 양측 모두의 ‘전술’이었다는 뜻으로 들렸다.
다른 관계자는 한술 더 떴다. “‘최흥봉’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셨나요. 최장관이 차흥봉(車興奉)전 장관과 다를바 없다는 뜻으로 우리가 만들어 낸 신조어지요. 복도에 붙여있는 유인물을 보세요.”
복지부장관이 바뀌었지만 의사들은 오히려 더 냉소적이었다. 최장관과 의료계의 ‘가식 투성이’ 첫 만남은 차라리 없었던게 나았다. 갈등의 골만 확인시켜줬을 뿐이다.
김진각 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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