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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만의 아프리카기행/ (4)탄자니아 웅고롱고로 야생동물 보호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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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만의 아프리카기행/ (4)탄자니아 웅고롱고로 야생동물 보호구역

입력
2000.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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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동안 꿈에서도 그리던 동물 최후의 낙원 세렝게티 국립공원. 그러나 겨울의 세렝게티는 그 꿈마저 노랗게 탈색시켜 버렸다.1주일간 황량한 평원을 달렸지만 얻은 것은 기억과 입과 코 속에 남은 흙먼지 뿐. 그 사이 발견했던 동물의 수는 손에 곱을 정도이다.

케냐로 가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탄자니아를 떠나야 하나.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만물은 이곳 고산지대에 머물며

몸을 추스려 다시 먼길을 간다

그 실망감은 탄자니아에서 마지막으로 들른 웅고롱고로(Ngorongoro)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씻은 듯 없어졌다.

'사자(Lion)의 땅' 웅고롱고로 세렝게티 국립공원 동쪽으로 펼쳐진 고산 지대이다.

화산이 남긴 거대한 분화구와 고산 식물, 그리고 마사이족의 땅이다. 웅고롱고로 분화구는 정말 거대하다. 넓이가 8,300㎢로 한바퀴 도는 데 차로 3일이 걸린다.

이 곳은 건기의 탄자니아를 떠난 동물들이 케냐로 들어가는 길목이다. 웅고롱고로행은 세렝게티에서의 동물 추적의 연장이었다. '끝까지 따라 가 보자'. 그 오기는 적중했다.

웅고롱고로의 첫 날 아침은 활짝 개어 있었다. 고산지대의 아침이 제법 추웠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 진귀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6마리의 암사자와 2,000여 마리의 버팔로. 죽은 버팔로 1마리가 무리의 한 가운데 누워 있었다.

죽은 짐승을 먹으려 하는 사자와 죽은 동료를 지키려 하는 버팔로. 6대 2,000의 신경전과 국지적인 전투가 벌어졌다. 한걸은 한걸음이 모두 생명을 건 동작들이다.

버팔로들은 죽은 동료의 몸을 혀로 핥고, 볼을 비빈다. 그 표정에는 슬픔과 함께 분노가 들어있다. 사자들은 버팔로 떼의 어마어마한 규모 때문에 함부로 달려들지 못하고 기다릴 뿐이다.

화가 난 소들의 표정과 기다리다 지친 사자들의 대치. 진귀한 광경은 3시간 동안 계속됐다. 오랜만에 정신없이 셔터를 눌렀다.

낮에는 200녀 마리의 코끼리 떼를 보았다. 한낮의 햇볕이 뜨거운지 나무 그늘에 육중한 몸을 숨기고 있었다.

북쪽으로 천천히 이동하는 중이다. 한참을 쉬며 야자수 잎을 포식한 후 다시 떠난다.

다음 날부터 이틀간 얼룩말과 누의 근접 촬영을 위해 쫓아다녔으나 먼지만 마셨다. 50cm가 목표였지만 단 2m까지도 접근할 수 없었다.

별 아이디어가 다 나왔다. 얼룩말 무늬의 천에 눈과 손과 카메라만 나오도록 구멍을 뚫어 그 것을 뒤집어 시집가는 여인의 화장을 시켜놓고 있었다.

웅고롱고로를 떠나기 전 날 저녁, 밥을 짓고 창란젓과 장아찌를 곁들였다. 아프리카에 온 이후 최고의 만찬이었다. 아내는 아프리카벌판에서 나의 조수 역할을 열심히 하면서 문학소녀로 변신했다.

벌써 두 권째 소설을 읽고 있다. 케냐로 떠날 준비도 했다. 구멍을 뚫은 얼룩말 무늬의 천을 마련하기로 했다.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마사이족 마을과 분화구를 다시 들렀다. 분화구에서 뜻 밖의 행운이 기다리고 있었다. 웅고롱고로의 상징인 숫사자 3마리를 찍을 수 있었다.

거드름을 피우고 있는 숫사자들에게 맨 몸으로 다가갔다. 가능한 가까이…. 짧은 순간이었지만 환상적이었다.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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