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후 처음 열린 8일의 청와대 국무회의는 축하의 덕담보다는 분발 촉구와 다짐이 주로 있었던 자리였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열심히 하라”는 원론적인 당부를 하는 대신 1기 내각의 공과를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2기 내각의 5대 과제를 제시했다.특히 김대통령은 의약분업과 현대문제를 단기 과제로 설정, “금주에 내각이 이 문제에 집중적으로 노력해 성과를 내도록 하라”고 지시해 관계부처 장관들을 긴장시켰다.
개각에 대한 평가가 후하지만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국무위원들의 다짐도 ‘잘하겠다’는 막연한 인사치레가 아니라 ‘무엇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식으로 구체성을 띠었다.
김대통령은 먼저 “1기 내각은 개혁의 방향을 잡았고 경제위기 극복, 민주주의 확대, 남북관계 진전 등 대단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했다. 김대통령은 그러나 개혁추진 동력의 약화, 부처간 팀워크 부족, 정책의 일관성 결여, 정책의 중구난방식 발표, 홍보 부족이라는 1기 내각의 5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대통령은 “2기 내각은 이런 문제들을 냉정히 분석하고 반성해 개혁을 철저히 이루어 나가도록 해야 한다”면서 5가지 과제를 부여했다.
김대통령이 강조한 5대 과제는 첫째 민주주의와 인권신장 및 법과 질서 확립, 둘째 기업 금융 노사 공공의 4대개혁 완수, 셋째 남북관계 발전과 안보 및 한미 공조 강화, 넷째 생산적 복지 이행, 다섯째 남북화해에 이은 국민화합 등이다.
김대통령은 내각에 구체적 과업을 지시한 후 “개인적으로 함부로 말해 혼선을 초래하거나 국민을 혼란시켜서는 안된다”면서 “대통령으로서 각별히 당부한다”고 말했다. 가벼운 언동으로 설화를 입은 몇몇 장관이 유임됐기 때문에 김대통령의 신중한 언행 당부는 장내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에 앞서 인사말에서 진 념(陳 稔) 재정경제부장관은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면서 “확고한 팀워크와 실천력으로 연내에 금융구조조정을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송 자(宋 梓) 교육부장관은 “학생들이 즐겁게 학교에 가고 선생님들은 보람을 느끼며 학부모의 다양한 욕구가 수용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갑수(韓甲洙) 농림부장관은 “농민과 호흡하고 현장농정, 소득농정을 펴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신국환(辛國煥) 산자부장관은 “정부와 업계가 혼연일체가 돼 비전과 패러다임을 정립하겠으며 재경부장관과도 팀워크를 유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선정(崔善政) 보건복지부장관은 “의약분업, 의보통합을 차질없이 이루겠다”고 말했다.
김호진(金浩鎭) 노동부장관은 “대결이 아닌 생산적 노사관계가 정착되도록 하겠다”면서 “노동자를 가슴으로 대하고 발로 뛰는 노동행정을 펴고 근로시간 단축, 롯데호텔 분규 등을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노무현(盧武鉉) 해양수산부장관은 “변화에 부닥친 어민과 수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진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윤철(田允喆) 기획예산처장관은 “공기업 민영화에도 최선을 다하겠으나 예산처 혼자 할 수 없는 만큼 각 부처의 협조를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이남기(李南基) 공정거래위원장은 “계열사간 부당내부거래와 상호 출자 등을 막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한동(李漢東) 총리는 “5대 국정목표를 실천하는데 새 내각이 혼신의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 “주어진 일만 하기 보다는 일을 찾아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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