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新 귀공자’의 용남검게 탄 얼굴에 질끈 맨 생수통,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일에 몰두하는 ‘물통맨’ 용남(김승우). MBC 수목 미니시리즈 ‘新 귀공자’의 기본 구도는 여지없이 성별만 바꾼 신데렐라 이야기지만, 용남의 캐릭터는 예상되는 진부함을 뚫고 많은 시청자들을 붙들어 두는 데 성공했다.
기획자 이창순PD가 “우리 집에 물을 배달하는 잘 생긴 청년을 보고 창안했다”는 용남은 전형적인 블루 칼라이다.
벤처기업가니 컴퓨터전문가니 하는 트렌디드라마의 화려한 직업군 속에 확실히 돌출적인 존재다. 그렇지만 ‘신속, 정확, 친절’을 금과옥조로 여길 정도로 자기 일에 대한 긍지가 대단하다.
마치 이제 대학 강단에까지 선 자장면 배달원 ‘번개’처럼, 나름대로 일가(一家)를 이루려는 꿈도 가졌다.
현실을 비관하며 신분상승만을 꿈꾸는 ‘신데렐라’ 혹은 ‘셔터맨’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런 모습은 재벌 회장의 딸인 옥스포드 석사 출신의 귀공녀 수진(최지우)에 비교하면 확실히 부각된다.
그녀는 혼자서는 집밖에 제대로 나가본 적도, 맨 땅을 밟아본 적도 없을 만큼 곱게 컸다. 용남은 가끔 그녀를 보며 이렇게 감탄(?)한다.
“진짜 공주네, 세상 물정도 모르고…” 수진은 이름뿐인 졸업장만 가진 무능한 지식인, 허위뿐인 상류층의 상징이다.
따라서 용남에게 보내는 시청자들의 성원은 ‘신지식인’ 용남의 건강한 생명력에 대한 박수이다. 이런 반응은 역으로 거창한 구호와 모토에도 불구하고 아직 현실 속의 학력중심주의는 공고하다는 의미가 아닐까.
학력과 신분이라는 사회적 편견이 없다면 누가 보더라도 용남이 훨씬 유능하고 자생력 강한 인간이다. “둘의 결혼으로 구원받는 사람은 오히려 용남이 아닌 수진”이라는 기획자의 말은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결론은 결국 수진이 물통맨의 아내가 되는 것이 아니고 용남이 재벌회장의 사위가 되는 것이다.
현실탈출과 신분상승이라는 시청자의 욕구를 대리만족시키기 위해. 드라마는 어디까지나 드라마이다.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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