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改閣)이 됐다.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개각은 됐지만 통일ㆍ외교 팀은 한자리도 바뀌지 않았다. 앞으로도 남ㆍ북관계 실언(失言)을 종종 듣게 될지도 모른다.
경제 팀과 교육ㆍ사회 팀은 팀장(長) 감을 새로 뽑았다. 그러나 모두 낯익은 얼굴들이다. 정책의 틀이 달라지기보다는 정책 수행 양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나 지켜 보는 것이 좋겠다. 이 정부의 인재(人材)풀이 겨우 이 뿐인가 하는 감회도 없지는 않다.
개각 때 마다 듣던 단명(短命)장관의 푸념도 달라진 것이 없다.
지난 2년반 사이 정부는 세 차례 개각을 단행했다. 새 내각에는 첫 조각 때 입각했던 장관이 한 사람도 없다. 이번에 바뀐 8개부처 장관중 넷은 7개월만에 교체가 됐다. 어떤 부서는 개각 마다 장관이 갈려, 국민의 정부 장관만 4대째가 된다.
그렇다면 국민의 정부 장관의 평균수명은 얼마나 될까. 앞으로는 제발 세상이 좀 조용해서 이번 새 내각 장관들이라도 장수했으면 한다.
이번 개각에서도 국무총리의 제청권은 유명무실했다. 개각과정을 통틀어 이한동(李漢東) 총리가 등장한 것은 개각발표 전날 밤 장충동 모처의 사가(私家)를 방문한 것이 전부 같다. 아마 이른 바 자민련(自民聯) 몫의 낙점(落點)을 받기위한 나들이였을 터이다.
그렇다면 이 총리의 역할은 장관 임명권자와 정권 지분권자(持分權者) 사이의 심부름 꾼에 지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그가 취임 초 “제청권을 행사하겠다”고 했던 장담은 어떻게 된 것일까. 제청권에는 의당 인선권(人選權)이 포함된다는 법리(法理)는 제쳐두고 한 말이었을까.
이렇게 해서, 교예(巧藝) 같은 자민련의 술수 게임도 달라진 것이 없음에 생각이 미친다. 총선 결과로 부득이 소수정예가 된 덕에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두루 감투를 나누더니 이번 개각에서는 원외(院外) 소속원에게까지 큰 감투를 배분한 것이다. 공조복원을 끝내 공언하지 않는 몽니와, 그러면서도 제 것 이상의 몫을 챙기는 배짱이 언제까지 통할지는 알 수가 없으나 그런 행태가 과연 새 내각 국정수행에 보탬이 될른지 지극히 의심스럽다.
이처럼 달라진 것이 없는 개각이지만 다만 한 가지, 현역 국회의원의 입각을 배제한 것만은 새롭다. 소수 정권으로서 국회 표결 때의 한 표가 아쉽기도 했겠지만 장관은 국정에 전념하도록 한다는 취지라고 한다. 굳이 말을 하자면 대통령제 정부의 장관이 국회의원을 겸직한다는 것이 사리에 맞지 않다는 측면도 없지는 않다.
여하튼 국회의원을 배제한 결과 새 내각에는 현역아닌 낙선(落選) 국회의원 둘이 들어 온 대신, 각내(閣內) 현역위원은 이 총리 한 사람만이 남게 되었다. 더구나 그는 자민련의 총재 자리마저 겸직하고 있어서 짐이 버겨워 보이기까지 한다.
그래서 권하건데 이 총리는 자기가 이끄는 내각의 구성원칙에 따라 겸직을 벗는 것이 좋겠다. 적어도 당 총재직은 내 놓는 것이 옳다. 지난 번 대법관 임명동의 요청 때처럼 총리직과 총재직이 상충하는 꼴이 되풀이 되어서는 아니 되겠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무총리의 국회의원 겸직이 위헌이라는 헌법학계 일각의 주장(한국일보 6월6일자 ‘아침을 열며’)이 있음과, 대통령도 여당 총재직을 내 놓아야 한다는 공론이 만만치 않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국회의장단은 당적(黨籍)을 떠나야 한다는 주장에 일리가 있다면 이 총리의 당 총재직 대행자가 국회 부의장을 겸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다. 이 총리는 스스로의 처신을 결단할 뿐 아니라, 국회 부의장 겸직 문제도 몸소 나서서 해결하는것이 “신명바쳐” 일하는 정치 지도자 답지 않을까 한다.
/본사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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