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개통된 지하철이 인기가 높다. 7호선은 지상에서 들어가는 입구부터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서 불편을 줄였고, 달리는 예술관 열차를 만들어 별 헤는 밤하늘, 춤추는 무도장, 역사와 만남, 이색화장실 모습, 지하공간의 숲 등을 꾸몄다. 미술가들의 상상력과 재치가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한다.■지금까지 승객들에게 지하철은 좋은 인상을 주기 힘든 공간이었다. 출퇴근 때마다 승강장과 전동차 안에서 혼잡하고 덥고 답답한 시간을 억지로 이겨내야 했고, 전동차 운행 소음과 확성기의 째지는 소리는 일터로 향하는 시민들을 괴롭혔다.
넉넉지 않은 환승주차장 때문에 차라리 비용이 더 들고 길이 막혀도 승용차 출퇴근을 할 수밖에 없다는 시민이 늘었다. 그런데, 새 지하철은 여러 모로 달라졌다. 정거장 내부 온도를 28℃ 이하를 유지하면서 이중여과기로 공기를 정화하고, 이중창과 두툼한 바닥 등으로 소음을 줄이는 동시에 굽어진 선로에도 흡음재를 설치했다고 한다.
■지하철 이용을 보다 쾌적하게 하려는 이런 노력은 가상하지만, 그 한 편엔 관심 밖에 방치된 듯이 보이는 시설도 있다.
1호선에서 8호선까지 승강장에 붙어있는 한국의 명시 감상판들이다. 지하철을 기다리며 보게 되는 김소월 정지용 박목월 등의 아름다운 시들은 서울시민의 눈을 행복하게 하는 신선한 선물이다.
당초 한국문인협회의 추천을 받아서 역구내 비어있는 광고공간에 붙였던 것들인데, 아마도 수백 편을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 시판들의 규격과 디자인이다. 길게는 80년대 중반부터 10여년간 낡은 글씨체, 볼품없는 모양새로 그 자리에 변함없이 붙어 있다.
시민들은 격조를 잃은 시판 앞에서 그저 무덤덤해 하거나 짜증을 낼는지 모른다. 한국처럼 시집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시의 나라’에 설치된 지하철 명시판이라면 좋은 시만큼 어울리는 새로운 디자인과 품위를 만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시민에게 좋은 시를 읽히려는 관심만 있다면, 우리 문학 유산에 대한 자긍심도 살려내는 다양한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성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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