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도 모자라 왜 엄마까지 이렇게 교통사고로 뺏어가는거야.”7일 오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영안실 7호. 이틀전 음주운전 차량에 어머니를 잃은 김소미(16·중3)양 세 자매가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과 막막한 미래에 서로 부둥켜 안고 흐느꼈다.
김양의 어머니 박옥순(46)씨는 6일 오전2시께 식당일을 마친 뒤 마포구 성산동 시영임대아파트 집으로 돌아오다 수색역 근처에서 과속으로 달리는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졌다.
소미가 세살 때인 1988년 교통사고를 당해 5년간 식물인간으로 버티다 세상을 뜬 아버지(사고 당시 32세)의 빈자리를 채우느라 파출부와 식당종업원 등 온갖 궂은 일을 했던 어머니였다.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하기 전만해도 ‘딸부자집’ 소미네는 남부럽지 않은 단란한 가족이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뺑소니사고를 당하면서 행복은 순식간에 부서졌다.
가해자를 찾지 못해 보상 한푼 받지 못했지만 어디 한군데 하소연할 곳조차 없었다. 맏언니인 선경(21·H여대 2)씨는 “아직까지도 아버지를 교통사고로 잃은 슬픔과 상처가 치유되지 않았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라면서 넋을 잃었다.
93년부터 이들 세 자매 등 2,500여명의 교통사고 유자녀들을 후원해 온 녹색교통운동 임선영(35·여) 팀장은 “음주운전, 뺑소니 등 우리사회에 만연돼 있는 안전운전 불감증이 이들 세자매의 희망을 빼앗았다”며 “교통사고 1위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교통사고 유자녀에 대한 사회적 지원대책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큰 문제”라고 말했다.
안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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