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매년 이맘때면 고교야구열기로 열도가 들썩인다. 국내야구팬들에게 고시엔(甲子園)대회로 더 잘 알려진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가 열리기 때문이다.전국 4,000여개의 고교팀중 지역예선을 거쳐 본선진출권을 따낸 50개팀이 참가, 고교야구의 왕중왕을 가리는 대회로 전경기가 전국에 생중계된다. 이때만큼은 일본최고의 인기인 프로야구도 고교야구에 밀린다. 특이한 점은 경기장 밖에 항상 그라운드에 뿌릴 흙을 실은 트럭이 대기한다는 것이다.
모교와 향토의 명예를 걸고 출전하는 선수들의 목표는 우승이지만 고시엔구장을 밟았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영광이다. 때문에 출전선수들은 승패와 관계없이 미리 준비한 주머니에 그라운드의 흙을 가득담아가는 게 관례로 되어 있다.
일본의 고시엔대회에 비견되는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가 14일부터 동대문구장에서 벌어진다. 서울에서 열리는 고교야구대회중 유일하게 지역예선없이 전국의 모든 팀들이 참가, 명실상부한 고교야구의 왕중왕을 가리는 대회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필자도 봉황대기를 회상할 때마다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있다. 다른 대회는 몰라도 봉황대기에서만큼은 꼭 우승하고 싶었던 게 개인적인 소망이었다. 고교재학중 다른 대회에서는 한번씩 다 우승을 차지했지만 유독 봉황대기와는 인연이 없었다.
졸업반이던 81년 11회 대회에는 대단한 각오로 출전했다. 하지만 경북고와의 결승전에서 홈으로 쇄도하다 다리를 다쳐 병원으로 후송되고 말았다. 물론 팀도 준우승에 그쳐 아쉬움은 더욱 컸다.
프로야구가 없던 당시 고교야구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몰랐다. 특히 봉황대기는 전국의 모든 팀들이 출전하고 이변이 속출, 장안의 화제였다. 입장권사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웠다. 동문들은 응원을 통해 하나가 되었다.
안타까운 것은 장래 국내야구를 걸머질 선수들의 파이팅 넘치는 경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진데 인기가 많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고교야구의 인기를 되살리는 길은 동문을 비롯한 야구팬들의 애정어린 관심밖에 없다. 고교생들의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를 보며 여름을 보내는 것도 괜찮은 피서법이 되리라.
경인방송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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