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봉황의 나이가 벌써 서른살이다. 71년 8월7일 초록봉황이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낸 지 30년동안 무수한 건아들이 한국야구의 별로 탄생했다.■봉황스타/ 70년대
'철완' 남우식 '타격의 달인' 장효조 화려한 데뷔
70년대 봉황은 1회 ‘불패신화’의 투수를 배출했다. 경북고 에이스 남우식(롯데 햄특판과장)은 대광고 에이스 이동한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투수전끝에 1-0 완봉승을 거두며 최우수선수상을 안았다.
‘철완’ 남우식은 54이닝을 완투, 2실점하는 전무한 기록을 남겼다. 중앙고 윤몽룡(84년작고)은 2회대회 2회전서 초등학교 동창인 대성고 손광배와 무려 16회까지 가는 명승부를 펼쳐 1-0 완봉승을 거두며 철완이 됐다.
승승장구하던 윤몽룡은 배명고와의 결승서 만루홈런을 터뜨리는 등 투타에서 맹활약했지만 계속된 완투로 8회 무너지며 5-7로 역전패, 봉황이 낳은 최초의 비운의 스타였다.
3회 대회서는 타격의 달인 장효조가 등장했다. 장효조는 타격상과 최다안타상을 받으며 대구상고의 우승을 이끈데 이어 4회때도 타율 4할1푼2리, 도루 8개의 호타준족으로 2연속 우승의 주역이 됐다. 광주일고의 김윤환도 슬러거로 활약했다.
6회때는 2학년생 언더핸드 이길환이 변화구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인천고와의 준결승서 1-0완봉승을 거두며 파죽지세를 올리던 이길환은 결승서 부산상고의 이윤섭과 맞붙어 0-4로 완패, 선린상고(현 선린정보고) ‘봉황괴담’의 단초가 됐다.
선린상고는 이후 5차례 결승에 올랐으나 모두 준우승에 머물렀다. 7회 대회 타점왕, 8회 대회 타격왕을 차지한 충암고 정용락은 17년뒤 25회대회서 모교감독으로 지휘봉을 잡은 지 4년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봉황스타/80년대
선동렬 '노히트노런' 박동희 방어율 '0'대 기록
까까머리 선동렬(광주일고)은 10회 대회때 경기고와 1회전서 삼진 15개를 낚으며 노히트 노런을 작성했다. 대구상고 3학년인 이종두 역시 세광고를 상대로 5타수 4안타 5타점으로 고교야구 사상 첫 사이클링 히트를 터뜨리며 큰 족적을 남겼다.
천안북일의 이상군은 컴퓨터 제구력으로 봉황 첫 우승을 이끌어 명문의 기틀을 잡았다. 11회 대회에서는 선린상고의 박노준 김건우와 경북고 문병권 성준은 봉황야구를 만개시켰다.
비운의 스타 박노준과 김건우는 당시 3학년생으로 봉황기 우승을 위해 분투했지만 경북고 1학년 문병권의 잠수함투구에 4-6으로 패해 끝내 봉황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12회때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의 에이스 조계현은 대구고와의 8강전서 무려 18개의 탈삼진을 쏟아내며 군계일학의 면모를 과시했다. 서울고 김동수는 14회때 4할대의 고타율과 뛰어난 투수리드로 프로출범후 최고의 공격형포수로서의 면모를 일찍부터 선보였다.
제일동포팀을 준우승으로 이끈 4번타자 겸 포수 강무지(일본명 나카무라 다케시)는 이때 타격 2위에 올랐는데 후에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선동렬과 배터리를 이루었다. 부산고 박동희는 15회 대회서 140㎞대의 광속구를 앞세워 5게임에 등판, 10안타만 내주는 빼어난 투구끝에 아마야구 초유의 방어율 ‘0’을 기록했다.
서울고 1학년 이상훈은 16회때 성광고와의 2회전에서 2안타 완봉으로 3-0승리를 이끌어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배터리는 현재 투병중인 임수혁이었다.
충암고 2학년 유지현은 18회 대회에서 21타수 10안타, 타율 4할7푼6리에 6경기 무에러의 철벽수비로 대회 MVP를 차지하며 일찍부터 최고의 유격수로서 각광받았다. 좌완의 구대성(대전고)도 대전고를 4강으로 끌어올리며 우수투수상을 받았다.
휘문고 거포 박정혁은 19회때 ‘미완의 대기’ 공주고 1년 박찬호를 상대로 3연타석 홈런을 뽑았고 다음날 진흥고와의 첫 타석서도 홈런을 기록, 고교야구 첫 4연타수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휘문고 임선동은 우수투수상을 수상했고 최우수투수상은 동산고를 우승으로 이끈 위재영에게 돌아갔다.
■봉황스타/90년대
타자 주형광, 투수 이승엽에 2점 홈런기록
90년대 박찬호는 3학년인 21회때 전통의 명문 광주일고에 2피안타 완봉의 수모를 안기며 고교시절 유일한 완봉승을 거두었다. 동기생인 신일고 조성민은 팀을 대회 첫 우승으로 이끌며 최우수투수상을 받았고 김재현은 수훈상을 수상했다.
23회때 경북고 투수 이승엽은 부산고 투수겸 타자 주형광과 2회전서 2점결승홈런을 빼앗기는 수모를 당했다. 주형광은 삼진 18개를 뽑았고 우승의 주역으로 최우수투수상을 받았다. 이승엽은 프로입문후 홈런왕 ‘라이언 킹’이 됐고 주형광은 ‘닥터K’의 명성을 얻었다.
박명환은 26회 대회 1회전부터 선린상고와의 결승전까지 모두 구원등판, 혼자 6승을 거두며 19회 대회의 위재영이후 봉황사상 두번째로 최우수선수상과 투수상을 휩쓸었다.
봉황 최고의 슬러거는 28회 대회에서 등장한 경남고 포수 김진욱. 김진욱은 세광고와의 1회전부터 경기고와 결승전까지 봉황대기 최다홈런인 8개를 터뜨리며 6경기 연속 홈런기록을 세웠다. 올 시즌 프로야구 신인왕 후보인 조규수도 30회 대회서 천안북일을 우승으로 이끌며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역대 패권 기록
지난 30년동안 초록봉황을 누가 품었나.
봉황대기 1회 대회 우승팀 경북(71, 75, 81년) 천안북일(80, 87, 99년) 충암(77, 88, 95년) 부산고(85, 86, 93년) 등 4개교가 3차례씩 봉황을 안아 역대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뒤를 이어 군산상(82, 96년) 신일(91, 97년) 대구상(73, 74년) 서울고(78, 84년)가 각각 2회 우승을 기록했다. 2회 대회(72년) 우승팀인 배명고는 꼭 20년만인 92년 22회 대회때 다시 한번 패권을 차지했다. 대구상고와 부산상고는 각각 73∼74, 85∼86년에 2연패를 달성했고 대회 3연패는 30년동안 나오지 않았다.
강호 선린상고(현 선린정보고)는 6, 8, 11, 21, 25회 등 모두 5차례 결승에 올랐으나 모두 준우승에 그쳐 초록봉황과 유달리 인연을 맺지 못했다. 또 부산상(76년) 광주상(79년) 광주일(83년) 동산(89년) 대전(90년) 덕수상(94년) 경남고(98년)가 한차례씩 봉황패권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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