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유대인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민주당 대후보 앨 고어 부통령의 노림수는 무엇일까.정치분석가들은 고어가 조지프 리버만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택한 것은 무엇보다 빌 클린턴 대통령과의 결별을 분명히 함으로써 무당파(無黨派)와 현 정부에서 마음이 떠난 민주당원들의 표심을 되돌리기 위한 승부수로 보고 있다.
고어의 속셈은 최근 선거판세를 살펴보면 분명히 드러난다.
지난주 공화당 전당대회 직후 여론조사에서 고어는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에 18% 포인트나 뒤졌고, 무당파 유권자 사이에서는 20%포인트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또 부시가 공화당원 유권자들중 92%의 지지를 얻은 반면, 고어는 민주당원 유권자들중 73%의 지지를 얻는데 그쳤다.
이는 많은 민주당원과 유권자들이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로 도덕성에 금이 간 클린턴 정부에 여전히 거부감이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
고어는 르윈스키 스캔들 당시 가장 먼저 클린턴을 공격한 리버만을 택함으로써 민주당원들의 민심을 되찾을 수 있고, 그의 온건한 정치노선으로 중도적인 무당파 유권자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또 리버만 카드는 미국 정치에서 유대인은 피한다는 불문률을 깨트림으로써 결단력과 과단성이 부족하다는 고어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리버만 카드는 과감한 선택이지만 그만큼 위험도 크다.
친 이스라엘 입장이 뚜렷한 그의 종교적 신념이 부통령으로서의 업무수행, 특히 중동문제에 대한 미국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고어측은 가톨릭교도인 존 F. 케네디가 대선에 출마했을 당시와는 달리 미국인들이 타종교에 관용적이고 유대인의 사회 진출도 활발해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유대인에 반대하는 종교적 보수세력은 이미 공화당을 지지하고 있어 더 잃을 표는 없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미국인들의 민심은 아직 미지수이다. 또 미국내 아랍사회에서는 리버만 카드에 반발하고 있다.
리버만 카드의 효용성은 앞으로 수주동안 미 대선레이스에서 가장 큰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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