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의 파업과 동네 의원들의 폐업에 이어 대형병원 전임의들까지 파업에 가세해 국민의 고통이 가중되는 가운데, 최선정(崔善政) 신임 보건복지부장관이 의료계에 조건 없는 대화를 제의하고 나섰다. 그러나 의사들이 거부하고 있어 월례행사가 된 의료대란은 조기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신임 최장관은 이번 사태와 직접 관련이 있다. 복지부차관 재직 때인 98년 의약 분업안을 성안해 지난해 5월 의약간 합의안을 이끌어낸 사람이다.
이번 사태를 그동안 누적됐던 의료계의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나온 것으로 진단하는 그는 장관취임 직후 “상처입은 의사들의 자존심을 회복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의료계 현안문제를 다루는 총리 직속 보건의료발전특위에 의료계 인사의 참여를 제한없이 허용하겠다는 유화 제스처와 함께, 당장 의료계 각 부문별 대표자들과 만나자는 제안도 그런 선의에서 나온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우리는 의협측이 최장관의 제의를 검토할 시간을 갖기 위해 일단 거부한 것으로 이해하고 싶다. 그리고 이번 폐업과 파업도 진정으로 의사면허와 병·의원 허가를 반납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이해를 표명해 가면서 대화를 청하는 정부의 손을 뿌리쳐서는 안된다고 본다.
의협의 요구대로 법을 고쳐 약사들의 임의조제와 대체조제가 금지된 마당에, 임의조제 유예기간 단축같은 요구조건을 내건 폐업과 파업은 명분이 없다.
“시험을 볼 때마다 100점을 맞을 수 없듯이, 의약분업에 대해서도 이번에는 80점 맞은 것으로 만족하라”고 충고하는 선배 의사의 말처럼, 한꺼번에 모두를 얻으려는 것은 세상 이치와도 맞지 않는다.
우리는 의사들의 입에서 의약분업 제도의 문제점보다 의사들에 대한 처우문제가 자주 언급되는 데 유의한다.
인턴·레지던트 과정을 끝낸 전임의 월급이 200만원이 안된다느니, 무보수로 일하는 사람도 있다느니, 보너스 한번 받아보는 것이 소원이라느니 하는 불만에 함축된 문제점을 짐작할 수 있다.
빗발같은 비난을 무릅쓰고 젊은 의사들이 극렬한 투쟁을 벌이는 심정에도 이해가 간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노동문제의 범주에 속한다. 그러나 낮은 의보수가 때문에 병·의원 경영이 어렵고, 그래서 의사처우가 그렇다는 주장에도 근거가 없지 않으므로 그 모든 문제를 보건의료발전특위에서 논의해 개선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약속이다.
죽어 나가는 환자를 못본체 하고 대화까지 거부하면서, 당장 의사들의 이익을 보장하라는 극한투쟁은 누가 보아도 옳은 수단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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