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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문학상' 논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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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문학상' 논란 확산

입력
2000.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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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에 동참한 동료 문인들에게도 엄중히 항의하건대, 나는 변변치는 않지만 떳떳하게 살 권리가 있는 한 사람으로서 더 이상 욕을 보이지 말아 주기를 부탁하는 바입니다.”조용하던 문단이 요즘처럼 떠들썩한 적도 드물다. 조선일보가 주관하는 ‘동인문학상’ 심사를 둘러싼 것이다.

소설가 황석영씨는 지난달 중순 ‘조선일보의 문학상 심사에 대한 몇 가지 생각’이라는 글을 각 언론사와 인터넷 관련 사이트에 띄웠다.

황씨의 글이 알려진 후 그간 이 문제에 대해 반응하기를 자제하던 문인들도, 요즘은 모이기만 하면 동인문학상 심사를 놓고 열변을 토하고 있다.

발단이 된 이 문학상 심사 문제의 요지는 7인의 종신 심사위원을 선정해놓고, 상금을 5,000만원으로 올리며, 연간 몇 차례의 심사과정에서 탈락되거나 새로 추천되는 작품에 대한 심사평을 그때마다 신문 지면에 공개한다는 것.

유럽의 몇몇 문학상들이 종신 심사위원제를 채택하고 있는 예가 있긴 하지만 현 한국 언론과 문단 상황에서 이 제도의 도입이 과연 적절한 것인가가 논란의 첫 초점이다.

한 문인은 ‘이 신문사와 종신으로 협력하고 있는 명망 있는 문인들’을 ‘불사의 조림칠현(朝林七賢)’이라고 비꼬는 투로 말하며 “(그들과) 껄끄러운 관계에 놓이는 것을 작가들이 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작가들에게 커다란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 말했다.

두번째는 심사과정 공개에 있어서의 형평과, 문인의 권위 내지는 자존심에 대한 문제다. 황석영씨의 글은 자신의 장편소설 ‘오래 된 정원’이 심사대상이 된 것을 보고 나온 것이다.

“젊은이 늙은이 할 것 없이 무차별적으로 잣대 위에 올려놓고, 공개된 신문 지상에서, 불공평하게도 의견을 내놓은 자들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은 채, 내용과 별 상관도 없는 말 몇 마디로 탈락이니 잔류니 하고 치워버리는 것은 누가 누구에게 부여한 권리입니까?”라는 그의 말에 문인들의 불만이 대표적으로 표현돼 있다.

젊은 문인들은 “당초 후보에 올랐던 누구보다 촉망받는 한 젊은 소설가는 뚜렷한 이유도 없는 혹평을 받고 탈락, 작가로서의 자존심에 치명상을 입을 정도였다”며 “많은 문인들에게 이같은 심사과정은 문인 개인뿐 아니라 문학을 한다는 일에 대한 모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 문제는 최근 몇몇 문학출판사들의 인터넷 사이트를 중심으로 전개돼 온 이른바 문학권력 논쟁과도 맞물려 문단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창작과비평사 주간인 평론가 최원식씨는 “글쓰기란 궁극적으로 모든 권력의 해체를 꿈꾸는 것”이라며 “권력으로 전락할 가능성에 대해 끊임없이 경계하고 비판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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