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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으로 유전자 기탁 추진하자

입력
2000.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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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자들 사이에서 ‘유전자 기탁운동’을 벌이자는 주장이 일고 있다. 유전자를 기탁하는 미국 사이트 DNA.com이 1일 출범했다고 보도된 직 후 “이를 벤치마킹하자”는 의견이 일고 있는 것.DNA 이중나선구조를 발견한 제임스 왓슨이 DNA.com의 소장을 맡고, 넷스케이프 창업주 제임스 클라크가 투자하는 등 내걸린 이름만 봐도 이색 벤처로만 치부할 일은 아니다.

5~10만명 단위의 대규모 임상 데이터베이스는 게놈프로젝트가 염기서열 분석단계에서 유전자와 질병의 관련성을 분석하는 단계로 나아가는데 꼭 필요한 교두보. 이 DB가 없다는 사실이 우리 게놈연구의 큰 문제점 중 하나다.

생명공학연구소 김용성박사는 “암조직의 유전자 서열, 변이 등을 분석해도 이 조직의 프로필, 즉 병의 진행과정, 얼마나 살았는지 하는 정확한 기록이 없다면 무의미하다.

게놈연구가 진행되면서 암뿐 아니라 당뇨 심장병 순환계 뇌질환 등 보다 보편적인 질병으로 관심이 넓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체계적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임상기록 없이 연구할 대상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반면 DNA.com처럼 인터넷을 통해 자신과 가족의 병력을 스스로 기입하도록 하고 혈액을 채취하면 시간과 비용 때문에 엄두조차 낼 수 없었던 대규모 데이터 집적이 가능해진다. 기존의 접근방법은 유전병이 있는 몇 가족을 중심으로 분석해 왔을 뿐이다.

김용성박사는 “50년, 100년에 걸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일이므로 이러한 사이트를 개설하는 계획을 세워 추진할만하다”고 말했다.

생물정보연구소 원세연박사는 "당장 분석에 착수하지 않는다고 해도 일단 데이터를 확보해 두면 혈액은 반영구적 보존이 가능하고 병력을 추적조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전정보 벤처기업 아이디진의 정연보대표는 “우리나라는 왓슨처럼 명망있는 과학자의 이름을 걸고 추진하기는 어려우므로 보건복지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집적된 데이터는 비영리연구기관, 제약회사, 바이오벤처 등 연구목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컨소시엄 회원들이 공유토록 한다. 그 혜택은 질병을 앓는 모든 이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DNA.com의 기증자에겐 금전적 보상은 없으나 특정 질환에 대한 진단법이 개발되면 우선적으로 무료진단 기회가 제공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기증자들이 밝힌 기록의 정확성이 떨어질 우려를 지적했지만, 이보다 더 경제적이고 현실적인 데이터 집적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게놈프로젝트가 결실을 맺기 위해선 수백명의 특정 유전병환자 뿐아니라 수만명 정도의 임상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하다. 사진은 유전자시료를 냉동보관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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