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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장래희망-행복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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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장래희망-행복해지기

입력
2000.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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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평론가 김지룡씨의 책 ‘개인 독립 만세’를 읽으면서 크게 공감한 부분이 생각난다. 한국으로 유학온 한 일본인 학생 이야기다.장래 희망란에 모든 학생들이 외교관, 사업가, 교수 등의 직업을 써 넣었는데, 그 학생은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써넣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엇이 되는 것이 희망인 삶의 틀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그 학생은 달랐던 것이다. 오래 전 나도 이러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 경험이 있어 더욱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무작정 춤이 좋아 춤을 추며 살아가는 직업을 선택한 나는 20대 후반쯤 춤 추는 사람으로서 장래 희망을 스스로에게 곧잘 묻곤 했다.

직업이란 생계를 유지하는 필수 조건임을 감안할 때, 춤만 추면서 생계를 유지하기란 불가능한 현실이었다.

그때는 그렇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불행했다. 생계수단이 나의 삶의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견디다 못한 나는 행복해지기 위해 짐을 꾸렸다. 보따리 하나 꾸려 가장 행복해지는 비현실의 세계로 나를 밀어 넣었다. 미국이란 낯선 나라로 떠난 것이다.

거기서 내겐 생계유지를 위한 직업이 없었다. 서른 살 늦은 나이의 방랑길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쉬운 길이 아니었지만, 아무 것도 할 일 없는 타국에서 내가 한 일은 빈둥거리는 것이었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빈둥거림은 삶의 여유와 안정을 가져다 주었다.

매사에 바쁘게 쫓기기만 하던 데서 벗어나 모든 사물과 한가로운 대화를 나누게 되었으며 많은 독서를 할 수 있었다.

여유로움 덕분에 남을 사랑하고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후론 작업하는 것이 예전처럼 힘겹지 않았다.

얼마 전 독일에 갔더니, 모든 상점들이 토요일 오후 4시면 문을 닫는 것이었다. 일요일은 말할 것도 없다.

처음엔 쇼핑을 못하니 불편했지만, 주말엔 쉬어야 한다는 국가 방침에 따라 결정된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서야 상황을 이해 할 수 있었다.

인간에게 잠이 필요하듯이 말이다. 잠을 자야 할 때 잘 잘 수 있는 여유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안은미·현대무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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