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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의 왕은 역시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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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의 왕은 역시 사자?

입력
2000.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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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흥, 호랑이 암컷을 왜 데리고 사는거야.” “사랑에는 국경도 없다는데 종(種)이 좀 다르면 어때.”호랑이와 사자가 맞붙으면 누가 이길까? 5일 주말을 맞아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사파리월드를 찾은 관람객들은 ‘사호상박’의 보기드문 광경을 목격했다. 결과는 사자의 한판 승.

이날 싸움은 1996년 이후 5년째 호랑이 ‘명랑(11)’과 가정을 이루고 사는 사자 ‘사룡(10·사자서열 4위)’에 대한 호랑이 왕초 ‘호식(10)’의 해묵은 감정이 폭발하면서 벌어졌다. 암호랑이가 한 마리 적은 탓에 불만이 쌓여가는 부하들을 위해 명랑과의 사이에서 자식(라이거)을 둘이나 본 ‘눈엣가시’ 사룡을 응징하기 위해 나선 것.

이날도 사자와 호랑이 경계선에 있는 야트막한 언덕 위에서 사룡은 발정기를 맞은 명랑과 서로 희롱하고 있었다. 오후 1시께 관람객을 실은 사파리버스가 도착하자, 언덕 아래에서 어슬렁거리던 호식은 때를 기다렸다는 듯 언덕으로 뛰어 올라가 앞발로 사룡을 툭툭치며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하지만 호식은 사룡의 오른발 강타를 맞고 언덕 아래로 나뒹군 뒤 한동안 꼼짝도 못했다. 정신을 차린 호식이 다시 덤벼들었지만 10여분간의 혈투 끝에 얼굴, 가슴 등에 상처를 입고 피범벅이 돼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호랑이 대장이 참패를 당한 것.

사육사 이용필(33)씨는 “사룡이가 싸움꾼은 아니지만 아내인 명랑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아 웬만한 숫놈들은 모두 피해 다닌다”며 “사자가 호랑이보다 세다고 평가하기 보다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한 가장의 승리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고 말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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