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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새 경제팀, 다시 개혁의 바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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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새 경제팀, 다시 개혁의 바람을

입력
2000.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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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의 유동성, 은행의 파업, 무역수지 흑자의 감소 등 무엇인가 우리 경제가 짓눌린 듯 어려운 가운데 신경제팀이 구성되었다. 개각 시점이 적절하고 전문성과 경륜을 갖춘 새로운 각료들의 면면을 보면 현 정권의 후반기 경제 운용이 잘 풀릴 것 같기도 하다.행정경험이나 균형감각을 갖춘 인사들이다. 조직장악력도 있다. 진 념 장관은 신정부 초기 행정개혁을 주도했고 이근영 위원장도 대우 등 기업구조조정을 총괄하여 개혁의지가 높은 사람들이지만 인선의 주안점은 경제의 안정기반과 경제정책 조율에 더 무게를 실은 듯하다.

IMF가 터진 앞이 캄캄했던 2년 전에 비하면, 새 경제팀의 과제는 수월해 보인다. 시장경제, 개방화, 규제완화, 구조조정 쪽으로 정책방향이 가시화해 있고 외환 보유고도 900억 달러 넘게 쌓여 대외신임도가 높아졌고 경제성장도 제 궤도에 올라서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책집행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 것인가가 어려운 과제이다. 국민들은 긴장이 풀어져 집단이기주의가 팽배해 있고 기업은 계속되는 ‘개혁’깃발에 피로해 있으며 관리들은 몸조심으로 추진력이 약화해 있다. 그동안 경제회복 추진의 핵이 되었던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이 국민의 마음속에서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

신경제팀의 과제는 제2의 환란이 오지 않도록 견실한 경제구조를 구축시키는 것이다. IMF 구제금융을 받은 국가들은 대부분 3~4년 이후 제2의 경제파동을 맞았다. 외환위기를 가장 빠른 시일내에 회복하고, 또한 제2의 외환위기를 맞이하지 않은 국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중단없는 경제개혁이 이어져야 된다.

경제개혁의 핵심은 은행과 기업의 구조조정, 정부의 규제완화라는 사실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한국경제의 장래는 개혁성공이며 이의 성패는 신경제팀의 어깨에 걸려있다. 대외지급능력의 부족이라는 외환위기는 넘겼지만 금융시스템의 불안인 금융위기는 현존하고 있다.

기업들이 부채비율을 낮추어서 재무건전성이 높아졌다곤 하지만 이는 겉치레에 그치고 있다. 정부도 가부장적인 사고를 없애기가 여간 힘들지 않은 듯하다. 탈이데올로기와 디지털 시대로 세상은 바뀌었는데 정부는 아직도 정보를 독점하고 있으며 규제의 틀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어떤 한국 기업인은 중국의 관리가 한국관리보다 훨씬 자본주의적이고 시장경제중심적이라고 얘기하고 있다는 현실을 사실이든 아니든 직시할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의 원칙은 시장매커니즘과 투명성이다. 시장매커니즘의 정착은 규제완화에서 가능하다. 글로벌화하고 있는 환경에서, 또한 외국보고서에서 발표되듯이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경제규제가 심한 국가일 때, 어떻게 국내기업이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가 의심스럽다.

또한 퇴출의 시장매커니즘의 도입없이는 금융기관이 정상화할 수 없을 것이다. 금융기관의 퇴출이 미칠 파장만 우려한 편법적인 은행합병 유도정책은 자구책 결여와 도덕적 해이만 조장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매커니즘이라고 해서 정부가 경제 현안에 방관자세를 취하는 것이 아니다. 현안문제를 풀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신경제팀이 발표된 후 주가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현대그룹 문제에 대해서 소극적인 의견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기업구조조정에서 투명성제고를 위한 강력한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분식결산으로 적자기업이 흑자기업으로 둔갑하고 있다. 분식결산은 아무리 기업구조를 바꾼다고 해도 불식시킬수 없는 것이다. 공인회계사는 분식결산의 동업자가 아닌 견제자가 되고 자본주의의 파수꾼이 되어야 한다.

이번에 출범하는 신경제팀은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과제인 투명성 제고와 규제완화를 달성할 수 있는 능력과 경륜을 갖고 있다. 신정부 출범 초기 규제완화의 총책을 맡았던 진 념 장관이 경제 수장을 맡았다는 사실에 기대를 건다.

/어윤대·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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