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8·7 개각의 특징은 “그동안 추진해온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개혁을 보다 강하게 추진하겠다”는 의미라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새로운 개혁과제들을 펼쳐놓기 보다는 지금까지의 개혁정책들을 꼼꼼히 마무리하겠다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집권 2기 구상’이 개각을 통해 나타났다는 것이다. 새로운 정책실험, 새로운 아젠다 설정, 이를 위한 새로운 인맥의 구축은 결코 개각 방향의 우선 순위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는 이헌재(李憲宰) 재경부장관, 이용근(李容根) 금감위원장 등 경제팀의 두 축을 바꾸면서도 후임을 진 념(陳 稔) 기획예산처장관, 이근영(李瑾榮) 산업은행총재 등 기존 라인업에서 차출한 데서 잘 드러난다. 근본적인 구조조정론자인 김종인(金鍾仁)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재경부장관에 발탁하지 않은데서 국정운영의 기본틀을 바꾸지는 않겠다는 인식이 엿보인다.
또 강력한 개혁 추진 보다 내각의 안정성과 팀워크를 더욱 중시한 흔적이 짙다. 원칙론자인 김 전수석을 재경부장관에 발탁하지 않은 것이나, 교육부장관에 돌파력있는 민주당 장을병(張乙炳) 전의원 보다 화합형인 송 자(宋 梓) 명지대총장을 택한 것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같은 인선 내용에서 김대통령이 집권 1기의 국정운영을 결코 실패가 아니라고 평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제팀을 비롯한 내각이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으나 개혁 피로감, 정책 혼선으로 한계에 봉착하자 개각으로 돌파구를 찾았을 뿐이지, 근본적인 문제를 수술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따라서 이번 개각은 다분히 보강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래서 신선한 쇄신의 이미지는 별로 없다.
그동안 줄기차게 문제가 됐던 ‘몸을 던지는 살신(殺身)자세의 부족’도 새 내각에서 별로 극복될 것 같지 않다. 자리 이동을 했거나 새로 기용된 장관들의 면면에서 관료들의 노련함은 보이지만, 개혁가들의 열정은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자민련 배려 차원에서 입각한 한갑수(韓甲洙) 농림·신국환(辛國煥) 산업자원 장관 등은 노쇠한 느낌마저 준다.
장영철(張永喆) 전의원이 노동부 장관을 역임했다는 이유만으로 노사정 위원장에 위촉된 것도 전문성·개혁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새 내각이 이런 우려를 어떻게 극복하면서 ‘안정속의 개혁’이라는 엇갈리는 과제를 성취할지 주목된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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