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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엿보기] 고졸스타들 "실력으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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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엿보기] 고졸스타들 "실력으로 말한다"

입력
2000.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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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에도 엘리트코스라는 게 있다. 야구 명문고와 명문대를 거쳐 아마시절 국가대표로 뛰면 속된 말로 ‘광값’이다. 거액의 뭉칫돈을 받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프로에 입문한다. 국내프로야구의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선동렬 최동원 김시진 김봉연 장효조 이만수 등이 그 부류에 속한다. 1990년대엔 이종범 양준혁 정민태 구대성 등이 엘리트과정을 밟은 스타들이다.이들과 달리 장종훈(한화)은 이색적인 존재다. 청주 세광고출신으로 오갈데 없는 연습생신분으로 가장 성공한 케이스로 꼽힌다. 학창시절 무명인 그가 3년 연속 홈런왕에 오르자 ‘연습생신화’로 대인기를 누렸다.

야구선수들의 꿈은 하나다. 프로에서 최고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부모들이나 선수들은 맨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 좋은 대학에 진학하려는 수단으로 야구와 인연을 맺는다. 입시비리가 생기는 것은 이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올 시즌 프로야구의 주요 개인타이틀 후보들의 면면이다. 홈런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박경완(현대·전주고), 타격 1, 2위에 올라 있는 장성호(해태·배명고) 박종호(현대·성남고), 다승왕후보 김수경(현대·인천고) 김진웅(삼성·대구고) 등은 모두 대학을 마다하고 프로에 직행한 고졸 출신들이다. 82년 프로야구출범이후 올해처럼 고졸선수들이 활개친 적은 없다. 지난해 시즌 최다홈런(54개)을 때린 고졸의 이승엽(삼성·경북고)이 원맨쇼를 펼쳤다면 올해는 고졸선수들이 무리를 이뤄 프로야구판을 주도하고 있다.

그동안 프로야구는 선수들의 아마시절 명성을 잣대로 계약금을 산정했다. 입단후 어떻게 되든 이름만 보고 스카우트했다가 낭패를 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반대로 가능성만 보고 입단시킨 고졸선수가 엘리트출신의 ‘대물’을 뛰어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요즘에는 구단마다 싹수 있는 고졸신인들에게 거액을 투자하는 게 일반적 현상이다. 각고의 노력으로 최고가 된 고졸선수들의 분전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이름값 못하는 대졸스타들이 너무 많기때문이 아닐까.

/정연석기자 ys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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