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내놓기로한 자구계획안이 몇 차례 연기되면서 현대 사태가 갈수록 꼬이고 있다. 현대와 정부·채권단 사이의 협상이 좀처럼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일부에서는 개각을 앞두고 현대가 ‘시간벌기’에 들어갔다고 지적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정부의 원칙 및 일관성이 부족한 정책을 탓하기도 한다.하지만 현대가 과연 진실로 구조조정의 의사가 있는지에 대해 시장은 아직도 회의적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가 5일 현대가 제시한 자구계획안에 대해 알맹이가 없다며 되돌려보낸 것 등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현대에 대한 요구사항은 크게 3가지다.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의 신속한 계열분리와 확실한 자구안 마련, 지배구조 개선 등이다. 어느 것 하나 간단한 것은 없지만, 현대가 내놓을 자구노력에 대한 평가는 실효성과 실현 가능성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현대는 지금까지 수많은 자구노력을 내놓았지만, 시장이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던 이유는 ‘영양가’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쉽게 팔리기 어려운 부동산을 매각하겠다든지, 확정되지도 않은 외자 도입을 결정된 것 처럼 발표했던 것이 한 예다.
3부자 동시 퇴진은 현대 스스로가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사항이다. 따라서 이제와서 정부·채권단이 이를 주장하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또는 강요할 수 있는 것인지 등을 따지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현대는 약속을 지키든지,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왜 그런지에 대해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결국은 시장이 판단할 것이다.
국민들은 현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현대는 알아야 한다. 어찌됐든 현대는 우리 경제를 대표하는 재벌이고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수개월 째 지속되고 있는 현대 사태로 금융 시장뿐 아니라 국가 경제가 큰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이다.
만일 이번에도 현대가 제대로 된 자구계획을 내놓지 못한다면 시장은 현대에 등을 돌리게 될 것이다. 그동안 몇번의 현대 자구노력 발표에 대해 시장이 보였던 반응을 보면 쉽게 추론할 수 있다.
현대는 정부와 채권단의 요구를 충족하는 자구안을 마련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으며 9일께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현대가 살 수 있는 방법은 시장의 신뢰를 얻는 길 뿐이고,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점을 현대는 먼저 인식해야 한다. 시장은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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