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형벌의 하나다. 많은 법관과 학자들은 그것이 범죄에 대한 근원적인 응보방법이며, 효과적 예방법이므로 필요악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50여년 전까지만 해도 대다수 국가들이 이 제도를 운영해 왔다.우리나라 법원도 몇십년동안 사형제도의 필요성을 인정해 오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96년 11월 7인의 다수의견으로 합헌을 선언한 바 있는데, 소수의견인 2명의 위헌론이 기록으로 남았다.
■그러나 세계의 추세는 반대다. 서구 선진국들은 대개 2차대전 이후 사형제도를 없앴다. 인권탄압 국가의 오명을 쓰고 있던 아프리카의 앙골라 모리셔스 모잠비크 남아프리카 같은 나라들과, 권위주의 국가였던 동유럽의 체코 헝가리 루마니아, 아시아의 캄보디아 네팔, 남미의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등이 80년대 이후 사형폐지국에 합류했다.
엠네스티의 99년 통계를 보면 사실상 폐지국을 포함해 104개국이 폐지, 98개국이 유지하고 있다.
■사형을 가장 많이 집행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전세계 사형집행의 70% 이상이 여기서 이루어지는데, 96년 같은 때는 3,500명이나 됐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등과 회교국가들도 사형 다집행국으로 분류된다.
특이한 나라는 인권선진국임을 자랑하는 미국으로, 집행자수가 늘어가는 추세다. 80년대 초까지는 연간 몇건에 불과하던 것이 차차 늘어나 95년에는 56건을 기록했다. 일본도 제도 자체는 유지하고 있으나 집행자수는 극소수다.
■우리나라에서 48년부터 현재까지 교수대에서 죽은 사람은 902명. 연평균 19명 꼴이다. 98년 이후 집행이 없었으나 74년 같은 해는 58명이나 됐다. 사형은 극악한 범죄자에 국한한다고 하지만 ‘정치적인 살인’이 많았던 것은 우리 현대사의 치욕이다.
종교계가 연합해 사형폐지 운동을 벌이고 일부 국회의원들이 지난달 사형폐지법안을 제출한 가운데, 정부가 8·15 특사 때 행형성적이 좋은 사형수의 무기 감형을 검토중이라는 소식에 귀가 번쩍 뜨인다. 단계적 사형폐지의 첫걸음이었으면 좋겠다.
/문창재 수석논설위원
입력시간 2000/08/0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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