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이산가족 방문단 최종명단이 발표되자 선정된 100명의 이산가족들은 “50년만에 북한의 가족을 정말로 만나게 됐다”며 감격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시종 흥분된 분위기 속에서도 북한의 부모형제에게 줄 선물을 고르거나 남쪽 가족사진을 찍는 등 방북준비에 분주한 주말을 보냈다.○…방북단 최종명단이 발표된 5일 오후부터 대한적십자사 2층강당에는 선정여부를 확인하려는 이산가족들의 문의전화가 밤새 빗발쳤고 직접 찾아오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개별통지를 기다리지 못해 오전부터 수차례나 전화확인을 했다는 김각식(71)씨는 “50년만에 북녘땅에서 여동생을 만나게 된다니 꿈만 같다”며 북받치는 눈물을 참지 못했고 동생 상봉을 신청했던 현하룡(72)씨는 선정소식에 어린아이처럼 연신 박수를 치며 어쩔 줄 몰라했다.
박관식(69)씨는 “북에 두고 온 아들과 누나의 생사를 확인한 뒤부터 ‘방북단에 선정 안되면 어쩌나’는 초조감에 수년간 끊었던 담배를 하루에 2갑씩 피웠다”며 “취로사업과 경로연금으로 살아가는 처지라 변변한 선물하나 마련 못한 게 가슴아프다”고 말했다. 여동생을 상봉할 이찬우(69)씨는 “서울의 큰형(78)이 5월 상봉신청을 했는데 나만 방북단에 선정됐다. 나대신 연로한 형님을 보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산가족 상봉자들이 북의 가족에게 줄 선물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금반지와 시계. 북에 두고 온 부인과 자식, 동생들에게 애뜻한 ‘50년 한(恨)’의 징표인 반지를 꼭 끼워주고 싶다는 것.
부인을 만나는 최태현(70)씨는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하나라는 의미로 금 쌍가락지를 맞춰 아내와 나눠 낄 생각”이라고 말했고 딸 재춘(57)씨를 만나는 임연환(83)씨 부부는 “피난통에 두고 온 딸에게 오래전 준비한 금반지와 팔찌를 끼워주겠다”며 “IMF 금모으기 운동 때도 이것만은 내놓지 않고 간직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북한 경제난을 의식, 속옷과 방한복, 구급약이나 보약, 과일 등 생필품류와 달러 등 현금을 준비해 가겠다는 이산가족도 많았다. 또 형제자매에게 보여줄 남쪽 가족사진을 찍거나 앨범을 정리하는 것도 큰 일. 언니를 상봉할 강성덕(71·여)씨는 “언니가 추위에 고생하지 않도록 옷과 내의를 최대한 구입했고 달러도 준비했다”며 “월남한 동생가족까지 모두 모여 사진을 찍었다”고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탈락한 가족들은 충격과 실망감에 휩싸인 채 선정경위에 의문을 제기, 한적 직원들이 선정기준을 설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남측 최고령자로 딸의 생존확인을 신청했던 방진관(91)옹은 “북한방송에서 딸의 모습을 보았는데 못간다니…. 죽기전에 조카들이라도 만나게 해달라”고 울먹여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송병하(74)씨는 “이모님을 꼭 뵙고 부모님 소식을 듣고 싶지만 직계가족이 더 급하지 않겠느냐”면서도 “이번 탈락자는 다음에 우선권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아쉬워 했다.
배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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