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정국의 분수령이 될 국민협의회 (MPR) 연례총회가 7일 개막돼 압두라흐만 와히드 대통령의 앞날을 놓고 일대 격전이 벌어질 전망이다.국회(DPR)의원과 지역 및 직능대표 695명이 참석해 18일까지 열리는 이번 총회는 집권 10개월을 맞는 와히드 대통령의 반대 세력들이 그의 국정 수행 결과를 평가한 뒤 정치적 책임을 물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민주투쟁당(PDIP)과 골카르당은 최근 수개월간 반 와히드 공동전선을 구축, 국정난맥상을 집중 부각시킨다는 방침을 천명해왔다.
와히드 집권후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경제 및 국토 분열 위기, 사회혼란, 공산당 허용 발언, 잦은 해외 순방 등이 이들이 추궁할 소재들이다.
MPR 내 대의원 중 153명과 120명을 보유하고 있는 PDIP와 골카르당은 PDIP의 총재직을 겸임하고 있는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부통령을 앞세워 와히드를 이번 기회에 권좌에서 축출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또 이슬람계 정당인 국민수권당(PAN)총재인 아미엔 라이스 MPR 의장 역시 지난달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대학생 대표들과의 면담에서 "MPR총회가 끝난 뒤 와히드에게 시한을 준 뒤 시정이 없을 경우 진퇴여부가 결정돼야 할 것”이라고 밝혀 이번 총회가 와히드 축출을 위한 기회로 활용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따라서 반 와히드파 대의원들은 조달청 공금 횡령사건 및 브루나이로부터의 지원금 200만달러 착복의혹 등 와히드 개인 비리를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비리의혹과 국정실패 등 탄핵 사유를 MPR에서 부각시켜 앞으로 약 4~5개월동안 1~2차례의 해명기회를 준 뒤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본격적인 밀어내기 작업에 나선다는 것이 이들의 복안이다.
MPR은 이를 위해 현행 헌법에 명시돼 있지 않은 임시특별 총회 소집요건과 탄핵 절차를 명문화하는 작업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될 경우 자신이 소속된 국민각성당(PKB)이 국회의석의 10% 밖에 차지하지 못해 수적으로 절대 불리한 와히드 대통령은 최악의 정치적 위기에 몰릴 전망이다.
그러나 와히드 지지세력들의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그가 장기간 의장을 맡았던 인도네시아 최대 이슬람 단체인 '나드라툴 울라마(NU)’는 MPR 총회를 앞두고 '8월 폭동설’을 흘리며 정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회원 3,500만명을 보유한 이 단체는 와히드에 대한 탄핵 시도가 이뤄질 경우 물리력으로 정치세력들을 응징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산하 경호조직 40만명을 자카르타에 보내 와히드 지지 시위를 대규모로 전개할 방침이다.
이들이 와히드 공격의 선봉대로 나선 아미엔 라이스가 이끄는 이슬람 단체 '무하마디아’나 시민들과 충돌할 경우 1998년 5월과 같은 대규모 소요사태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이때문에 인도네시아 경찰은 MPR 총회기간 중 총회를 방해하는 소요가 발생하면 발포하겠다고 강력히 경고하고 있다.
/이윤정기자 y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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