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5일 국제여자복싱협회(IFBA) 라이트 플라이급 챔피언결정전서 동급 7위 다카노 유미(일본)에 3_0,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두고 챔피언에 오른 킴 메서(34)는 경기 후 가슴 속에 맺힌 이 한 마디를 끝내 내뱉지 못했다.한국말을 전혀 못하지만 16년전 잃어버린, 얼굴도 기억할 수 없는 친부모의 소식을 끝내 알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1966년 4월 28일생인 그는 네살 되던 1970년 7월 충북 제천역에서 부모를 잃어버리고 제천영아원 생활을 시작했다.
백기순이라는 본명은 당시 원장이던 제인 화이트 여사가 직접 자신의 성‘화이트(白)’를 따 지어준 것. 이듬해 1월 그는 서울 홀트아동복지회로 옮겨왔고 71년 9월 미국으로 입양됐다.
고등학교 졸업후인 84년 킴은 부푼 마음으로 고국땅을 밟았다. 맨 먼저 찾은 곳은 홀트아동복지회. 실수로 자신을 잃어버렸던 부모가 행여 이곳에 왔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부모의 방문기록은 없었고 킴은 다시 쓸쓸히 미국으로 돌아가 격투기에 매진했다. 샌드백에 한(恨)을 실어 날려보낸지 20여년. 킴 메서는 다시 두번째 고국을 찾았고 마침내 챔피언벨트를 획득했다.
그는 자신을 버렸을지도 모를 부모에 대해 “당시 부모는 최선의 선택을 했을 것이기 때문에 추호의 원망도 없다”며 “세계챔피언이 됐으니 당당하게 부모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11일 출국 전까지 킴메서는 부모를 찾기 위해 제천영아원과 홀트아동복지회를 다시 방문할 예정이다. 30년전 제천고아원으로 가던 ‘높은 벽이 이어진 자갈길’이 아직도 종종 꿈 속에 떠오른다는 킴 메서. 그 자갈길 위에 부모가 서 있던 그의 꿈이 현실로 다가올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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