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를 살아가는 선배 작가들의 치열한 작가 정신을 투영해보고 싶었습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 수상자 정용근(鄭容根·48)씨는 부산에서 활동 중인 전업작가로 정규미술 대학에 다닌 적도 없고, 그림도 서른이 다 돼 시작한 늦깎이 작가이다.학교 파벌 등 알력이 심한 미술계에서 정규 미술 대학을 나오지 않은 화가가 대상을 수상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인문계 고교를 나와, 서울삼익엔지니어링 설계실에서 일하다 29세부터 독학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이후 방송대 국문과, 장로회 신학교를 거쳐, 미국 페이스 신학대에서 공부하면서도 그림만 생각했지요.”미국 유학시절 그는 기독미술 이론을 전공하며 성화(聖畵)를 그렸다.
전업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것은 마흔이 다 돼서였다.
이후 미술학원을 운영하며 부인의 내조속에 그는 고달픈 전업작가의 생활을 하고 있다.
대상 수상작 ‘여정’은 지난해 겨울 지역 작가들과 강원도로 스케치 여행을 갔다 선배들의 치열한 작가정신에 감동 받아 그린 수채화. 작가층이 미미한 수채화 분야에서 대상이 나온 것 역시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는 드문 일이다. 심사위원회측은 “표현 기법과 독창성이 탁월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림 속 인물은 부산 최고령 작가인 한상돈(94)씨와 전업작가 이상국(67)씨로, 20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선배이다. 정씨는 “맑고 투명한 세계에 매료돼 수채화만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송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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