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을 앞두고 청와대로 “경제를 살리려면 A씨를 꼭 써야 한다” “B씨는 과대포장된 사람”이라는 식의 추천이나 정보가 몰려 들고 있다. 충정어린 조언들도 있지만 경쟁자를 폄하하려는 음해도 있다.그래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순수성이 결여된 정보나 추천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의도가 있는 정보는 척 보면 알 수 있다”면서 “잘못 보고하면 전달자도 우스워진다”고 말했다.
실제 김대통령은 특정인의 귓속말이나 비선 라인의 은밀한 보고에 지나친 비중을 두지는 않는다. YS 정권의 김현철(金賢哲)씨처럼 인사에 절대적 영향력을 미치는 비공식 라인의 실세도 없다. 국정원의 관련보고도 그야말로 참고자료일 뿐이다.
가장 기초가 되는 개각 자료는 민정수석실의 공직기강팀이 마련한 인사파일이다. 민정수석실의 인사파일은 출신 학력 주요경력을 망라하고 비리나 의혹사항 등은 ‘특기사항’으로 정리해놓고 있다.
그렇다고 김대통령이 공식 자료에만 의존한다고는 볼 수 없다. 공식 자료에는 ‘관료적 시각’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검증 절차를 밟는다. 검증은 언론의 인물평이나 여론을 통해 일차적으로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믿을만한 측근을 통해 ‘현장의 평가’를 듣는다.
김대통령에 정책조언을 하는 학자들, 대통령 직속의 위원회에서 올라오는 각종 보고서도 검증자료로 활용된다.
현장 평가나 각종 추천을 취합하는 역할은 현재 한광옥(韓光玉)비서실장이 주로 하고 있으며 김대통령의 신임이 있는 청와대 밖의 극소수 인사들이 보조역할을 하고 있다.
한실장은 두루 사람을 만나고 있으나 워낙 보안에 철저해 개각의 윤곽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수석비서관들도 감을 잡지 못할 정도다.
청와대의 한 고위인사는 “김대통령은 공식 자료, 각종 보고서, 언론 보도, 비공식 건의 등을 모두 참조, 신중히 인사하는 스타일”이라며 “어느 한 쪽의 정보만 믿고 김칫국을 마신 인사도 있다”고 말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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