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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동 태풍 금융권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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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동 태풍 금융권 비상

입력
2000.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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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가를 시장의 심판은 시작됐다"‘생사(生死)를 가를 초대형 태풍이 몰려온다.’

예금 대이동이 본격화하자 금융권이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각 은행들은 9월말까지 정부에 경영정상화 계획을 제출한 다음 금융지주회사 편입 여부에 대한 전문가그룹의 평가를 받게 돼 있다.

그러나 통합 여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기도 전에 시장에서 우량은행으로 자금이 이동하기 시작하자 비우량은행들은 “예상은 했지만…”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못하고 있다.

A은행 고위관계자는 “7월들어 총파업 영향으로 예금이 잠시 빠진 것으로 생각했으나 파업이 끝난 뒤에도 예금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그러나 은행의 명확한 생존전략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속수무책으로 ‘큰 그림’이 조속히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뱅크런 사태 오나

비우량 은행들은 기관이나 법인들의 예금에 이어 일반 예금자들까지 덩달아 이탈하자 사실상 부도상태에 몰리는 ‘뱅크런(bank run) 현상이 벌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지방은행과 종금, 상호신용금고등 중소형 금융기관들은 우량·비우량을 가리지 않고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으로 보이자 전전긍긍이다.

현재 은행 정기예금의 경우 2,000만원 이상 계좌수는 4%선이나 금액은 70%에 달하고 있다. 결국 이들 소수의 고액 예금자(개인, 법인)가 가진 뭉칫돈의 향배가 각 은행의 앞날을 좌우하게 되는 셈이다.

■ 안개 속 헤매는 금융권

‘시장의 심판’은 시작됐지만, 금융권 재편방향은 여전히 안개속이다.

김상훈(金商勳)국민은행장은 “우량은행과 합병한다는 원칙을 정했으나, 진전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김진만(金振晩)한빛은행장도 “예금자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은행들이 뚜렷한 생존전략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데 정부정책, 노조문제등 변수가 너무나 많은 상태”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 강남지역 신용금고 8곳과 강북지역 6곳은 각각 2,000만원 이상의 예금을 상호 분산예치키로 합의했다. 부산 광주 경남등 6개 지방은행도 2,000만원 이상 예금 분산유치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들도 이같은 ‘발등 불끄기’차원의 전략으로는 거대한 태풍의 눈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박재환(朴在煥) 한국은행 금융시장국장은 “일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과 금고, 종금사등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금융기관 임원들이 사심을 버리고 총력을 기울이지 않을 경우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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