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공화당 전당대회가 조지 W 부시 텍사스주지사의 대통령후보수락연설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림으로써 백악관을 향한 부시-체니호의 대장정이 공식출범했다.부시는 이날 비교적 성공적으로 수락연설이라는 첫 시험대를 통과했다.
정치전문 인터넷신문인 Speakout.com이 네티즌을 상대로 5분단위로 실시한 호응도조사결과 부시는 공화당원들로부터는 79점, 민주당원으로부터는 37점, 무소속으로부터는 51점을 받았다.
워싱턴 포스트의 로버트 카이저 전 편집국장은 비교적 후하게 89점을 주었다.
카이저는 특히 부시가 클린턴행정부의 최대치적인 경제호황에 대해 "경제는 좋아졌으나 사회보장과 교육수준, 의료보장 등 국민들의 실생활은 더 엉망이 됐다”며 설득력있게 반박한 점이 돋보였다고 평했다.
전 유권자의 주시속에 행해진 출정식을 무난히 치른 셈이다.
공화당은 전당대회기간 지지열세층인 소수민족과 여성표및 무소속 유권자를 흡인하는 전략을 집중적으로 구사했다.
콜린 파월 전 합참의장, 콘돌리자 라이스 전 스탠포드대학장, 제이 와츠 하원의원 등 흑인연사들을 매일 연설의 하이라이트에 내세웠으며 마지막날에는 멕시코인들에게 인기높은 부시지사의 조카 조지 P 부시도 연단에 올렸다.
또한 네거티브 공격에 부정적인 유권자를 의식, 경쟁자인 앨 고어에 대한 직접적인 인신공격을 자제하는 용의주도함을 과시했다.
고도로 계산된 이같은 전략 덕에 부시진영은 이번 정치축제를 통해 인기몰이에서도 톡톡한 실리를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전문 여론조사기관인 보터스(Voters)가 매일조사한 지지율을 보면 부시는 고어에 48% 대 34%로 앞서 전당대회 직전보다 무려 6%포인트나 격차를 넓혔다.
그러나 전당대회라는 예비고사를 통과한 부시팀이 백악관입성에 성공할 것으로 예단하기는 물론 시기상조다.
1992년과 1996년의 대선에서 클린턴 지지율을 2%포인트내의 오차로 적중시켜 성가를 올린 정치통계학자 6명은 최근 55%가 넘는 득표율로 고어가 당선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휴가철인 7~8월에 실시되는 여론조사는 무의미하다며 경제지수와 후보의 자질, 선거자금등 모든 변수를 종합분석할 경우 고어의 승리가 확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치전문지인 내셔널저널지의 제임스 반스도 4일 "정작 남은 문제는 후보의 자질이 발가벗겨지는 TV토론”이라며 "이 경우 고어가 역전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평했다.
부시진영도 대중연설에는 능하지만 통계수치와 외교정책에 약한 부시가 내심 걱정중이다. 대선 TV토론위원회가 최근 최소 3번이상의 TV토론을 제안한 데 대해 부시의 유세반장인 돈 에반스는 "1번정도면 족하지 않느냐”고 솔직히 약세를 내비쳤다.
뿐만아니라 이날 존 맥케인 상원의원이 부시의 정강정책에 반발, 폐막행사 불참을 선언하고 워싱턴으로 떠났다가 부시의 설득에 못이겨 돌아온 데서 드러났듯 당내화합을 엮어내는 것도 과제다.
부시는 이번에 소수민족과 무소속표를 겨냥해 '온정적 보수주의’라는 이름아래 상당부분 민주당쪽으로 '좌향좌’한 공약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에대해 정통보수주의자들은 부시를 '록펠러 공화당원’이라며 반발하는 분위기도 있다.
이제 잔치는 끝났다. 부시가 아버지의 패배를 8년만에 설욕하고 정권을 탈환해 2대와 6대 대통령을 지낸 존 애담스와 존 퀸시 아담스 부자(父子)에 이어 2번째 부자대통령 기록을 세울 것인지 자못 흥미롭다.
/필라델피아=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미 대선 이모저모
○…2000년 미국 대선에서는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정치가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가장 큰 변화는 인터넷 사용환경의 변화로 방송이 가능해지면서 전당대회의 인터넷 생중계가 시도됐다는 점이다.
공화당은 공식 웹사이트인 'www.RNC.org’를 통해 이미 전당대회 모든 장면과 연설을 생중계했으며 민주당도 홈페이지 'www.DNC.org’에서 전당대회를 중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각 당은 자사의 홈페이지 내용을 취재하고 중계하는 방송진과 웹캐스터 등을 고용했다.
이 홈페이지는 정치자금 모금의 통로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들은 홈페이지 중 눈에 잘 띄는 곳에 '기부 ’버튼을 만들어 놓고 이용자들의 클릭을 유도하고 있다.
공화당 사이트에선 "미래의 대통령이 당신을 보기를 원한다. 여기를 클하시오”"부시가 당신 지역에 오면 정치헌금 약식을 채워 이메일로 보내시오”등의 문구를 집어넣었다.
○…ABC, CBS, NBC 같은 주요 공중파 방송은 예년에 비해 전당대회의 생중계 시간을 대폭 줄였으며 그나마 이들 방송에 대한 시청률도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 대통령 선거에 미치는 방송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를 보였다.
예전과는 달리 각 사의 시사프로그램에 전당대회의 화면을 끼워넣는 방식으로 보도한 각 방송사들은 "전당대회가 극적인 내용이 없어 더 이상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은 방송사들의 이런 태도는 그들의 책임을 저버린 것이며 전당대회에 뉴스거리가 없다는 메시지를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선거 캠페인 기간에 부인 로라에 대한 청혼이 생애 최고의 일이라며 함박웃음을 짓던 조지 W 부시 주지사는 전당대회 연설 과정에서도 청혼 과정을 소개했다.
부시 주지사는 부인 로라에게 청혼한 것보다 더한 일은 아무 것도 없다면서도 "로라가 '예’라고 대답한 것이 생애 최고의 일이었는지 확신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로라는 '어떤 형태의 연설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결혼을 받아들였다고 했는데 정작 연설에 나선 로라는 "좋은 아내, 두 딸의 어머니라는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교사출신으로서 교육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남편의 선거운동을 도왔다”면서 남편에 대한 지지를 적극 호소했다.
/필라델피아 외신=종합
■부시 후보수락 연설 내용해설
전당대회의 피날레를 장식한 조지 W 부시 후보의 수락연설은 첫날 공식으로 채택한 공화당 정강정책을 유려한 유세문으로 축약한 것이다.
부시는 먼저 국내문제와 관련해 '온정적 보수주의’를 기저에 둔 공약을 재차 강조했다.
교육문제의 경우 50억달러 이상을 투입해 현재 10%가 넘는 문맹율을 제로로 만들고 공립학교의 교육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국민들로부터 '세금먹는 귀신’으로 비난받는 사회보장제도와 의료보험제도를 강화하겠다고 주장했다.
노동자들로부터 거둔 사회보장세를 책임있게 투자해 사회보장연금의 고갈을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국방·외교문제의 경우 '힘에 바탕한 평화’를 추구하겠다고 천명했다.
부시는 "현 세계는 미국에게 힘과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미국은 이 요구를 적극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부시는 국방예산을 늘려 현재 형편없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미군의 전투력을 다시 강화하겠다고 주장했다.
핵문제에 대해서는 불필요한 핵무기를 감축, 핵위협을 제거하겠다고 밝히고 역설했다.
또 집권할 경우 적대국의 미사일공격과 미사일을 앞세운 공갈협박에 대처하기 위해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를 가능한 한 조기에 배치하겠다고 다짐했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이미 낡은 유산이 돼버린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을 방어할 때가 아니라 미국인의 안전을 방어할 때라며 ABM협정 탈퇴 가능성도 내비쳤다.
부시는 이어 "이제는 민주당 집권 8년간의 시행착오를 종식시키고 새로운 비전으로 미국을 개혁할 때”라고 결론지었다.
/필라델피아=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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