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은 흔히 국력의 크기에 따라 대접받는다고 한다. 국력이 크면 클 수록 신분에 걸맞은 환대를 받는가 하면, 국력이 미약하거나 도덕적 흠결이 있으면 아무리 유능한 외교관이라 해도 홀대받기 일쑤다. 특히 우리 체제가 세계적으로 조롱대상이 됐던 유신독재 때나 5공 군사정권 시절에 외교관들이 임지에서 당해야 했던 수모에 가까운 일들은 일일이 열거하기가 민망할 정도다.■ 반대로 나라안에서도 외국사절들, 특히 힘있는 나라의 외교관들에게는 신분이상의 예우를 했던 적이 있었다. 예컨대 엄연히 참사관임에도 ‘공사(公使)’라고 직급을 높여 부른 경우가 있었는가 하면, 공사를 직제에도 없는 ‘부대사’로 올려 불러야 했던 ‘직급 인플레’경우도 있었다.
유신과 5공시절, 미 대사관 정치담당 1등서기관이 주재하는 파티에 초청받지 못한 고위 정치인들의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신문가십에 오르내린 적도 있다.
■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외교사절의 의전상 상대자가 사실상 결정돼 있다고 한다. 반드시 ‘이것이다’하고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이를테면 러시아나 중국, 일본대사의 국무성 상대자는 거의 차관이다.
실무적으로 차관보(지역국장)나 그 아래 사람을 만나는 경우도 없지 않으나 대체로 공식채널은 차관이라고 한다. 그러면 주미 한국대사의 카운터 파트는 누굴까. 대체로 차관보 선이라는 게 답이다. 물론 사안에 따라서는 장·차관을 만나는 경우도 잦다.
■ 이홍구 주미대사가 귀국 길에 올랐다고 한다. 환란의 시기 DJ의 ‘절묘한’ 용인술로 기용된 지 2년3개월만이다. 직전정권의 총리에다 한 때는 유력한 대선후보였던 그가 DJ의 요청을 수락한 것은 ‘파격’이었다.
클린턴과 예일대 동문에다, 남부명문 에모리大 교수출신이란 화려한 경력이 말해주듯 그가 한국대사의 위상을 크게 제고시킨 것으로 평가받는 것은 당연하다. 한 때 미국시민권자이기도 했다는 후임대사는 과연 어떤 평가를 받게 될 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노진환 수석논설위원
입력시간 2000/08/04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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