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재개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협상은 논의는 무성했으나 구체적 결론은 없이 다음 달 워싱턴에서 다시 만날 약속만 하고 끝났다. 양국이 이틀간의 협상을 통해 뜻을 모은 유일한 사항은 ‘SOFA를 조속한 시일내 개정한다’는 선언적 합의 뿐이다.최근의 잇달은 미군관련 사건으로 우리 사회 민심은 흉흉하다고 할 정도다. 양국은 이런 절박한 사정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쫓기듯 재협상을 서둘렀다. 그러나 기대에 부응하는 결론을 내린 일은 아무 것도 없다.
SOFA의 불평등 요소들을 이번만은 제거해 주기를 바랐던 여론은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이미 일부 시민단체들이 ‘알맹이 없는 생색내기로 국민의 열망을 짓밟았다’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사태가 이를 말해 준다.
미국측은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우리의 비등한 여론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는 것은 혹시 아닌지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착각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거듭 지적하지만 SOFA의 불평등 요소에 대한 시정요구는 주권국으로서 당연한 권리다.
미국이 ‘우보(牛步)전술’로 사태를 반전시키거나 시간벌기를 시도하는 것이라면 협상전략으로도 어리석기 이를 데 없다고 본다.
미국이 이번 협상에 임하면서 형사재판관할권 문제 이외에는 거의 준비가 안된 자세였다는 사실은 참으로 실망스럽다. 물론 형사재판권 문제도 중요 현안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한강 독극물 방류사건 이후 관심이 집중됐던 환경조항 신설문제는 고작 ‘다음 회의에서 논의하자’는 무성의한 대답만 들은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이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이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의문스러운 부분이다.
더욱이 신병인도 시점을 앞당기는 조건으로 징역3년 미만 범죄의 재판관할권포기나, 주한미군사령관의 신병인도 요구 및 SOFA효력 정지권 등의 인정요구는 지나치다. 오죽하면 주한 미 상의회장이 신문기고로 ‘미국은 한국의 사법체제를 믿으라’고 충고까지 했을까. 우리 사법체제를 송두리째 부인하는 이런 요구는 주권국간에는 있을 수 없는 무례한 행위다.
미국은 더 늦기전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간 우리는 기회있을 때마다 SOFA 협정의 불평등 조항때문에 한미간의 전통적 우호관계가 훼손되고 있음을 되풀이 강조한 바 있다. ‘호미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태를 가래로도 못막는 사태’로 악화하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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