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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2연패에 도전하는 조민선·심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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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2연패에 도전하는 조민선·심권호

입력
2000.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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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를 품으려 우리가 간다"태극마크를 다는 것도 어려운 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힘들다.

하지만‘작은 거인’심권호(28·레슬링·주택공사)와 ‘악바리’ 조민선(28·유도·두산)은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시드니에서 올림픽 2연패(連覇)에 도전한다.

대표탈락의 좌절을 극복한 심권호, 2년간 은퇴공백을 뛰어넘은 조민선. 동갑나기로 누구보다 친하게 지내는 두 스타가 태릉선수촌에서 틈을 내 자리를 함께 했다.

-힘들기로 소문난 서키트 트레이닝을 마치자 마자 불러내 미안합니다.

▲조민선=쉬고 싶은 게 사실입니다. 오전운동을 마치면 휴식을 취해야만 오후운동을 소화하는데 올림픽이 다가올 수록 신문, 방송에서 쉴새없이 인터뷰요청이 들어옵니다.

훈련을 빠질 수는 없고 휴식시간에 인터뷰를 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어요.

▲심권호=민선이는 하고 싶은 말은 해야 하는 성격입니다. 직선적인 성격이 남자같습니다. 저는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편인데. 민선이의 말이 맞아요. 오전운동이 끝난뒤 낮잠을 자는 시간이 제일 달콤합니다.

그래야 오후훈련에서 싫증과 피로를 덜 느끼고 프로그램대로 땀을 흘릴수 있어요. 하지만 민선이는 안쉬어도 세계 최강이기 때문에 별 걱정이 없을 겁니다.

▲조민선=똑같이 매트에서 하는 운동이다 보니 한국체육대학에서 자주 마주치는 편입니다. 지난해 권호가 대표에서 탈락했다는 얘기를 듣고 궁금해서 코칭스태프에게 하태연이 그렇게 세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러자 ‘하태연의 장래성은 무궁무진하지만 현재로서는 심권호가 조금 낫다’는 것이 감독말씀이었어요.

또 시드니에서 꼭 메달을 딸 것이라고 덧붙이시더군요. 평상시 얌전하지만 매트에 올라서기만 하면 180도 달라지는 권호의 성격을 잘 알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었어요. 최강은 제가 아니라 권호예요.

▲심권호=민선이가 최강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복귀했을 때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민선이의 직선적인 성격이 유도를 하는데 잘 어울린다고 봅니다.

공격적이기 때문에 공격을 우선시하는 유도에서 좋은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거죠. 민선이의 성격을 봐요. 맨날 제가 쥐어박힙니다.

▲조민선=직선적이기는 해요. 운동에는 유리하지만 사회생활하는 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년전 은퇴하고 학업과 후배양성에 주력했지만 후배들이 제 빈자리를 메우지 못했고 저도 한번 더 올림픽 메달을 따고픈 욕심이 있어 복귀했어요.

복귀한 이상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저는 욕심이 많아요. 목표를 한번 정하면 반드시 달성하고야 말지요.

▲심권호=저도 차근 차근 목표를 정해 달성하는 스타일입니다. 이번 목표는 당연히 올림픽 금메달입니다.

주위에서 두 체급 그랜드슬램(이 용어는 원래 레슬링계에 없는 말이지만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 아시안게임, 올림픽을 제패한 업적을 칭찬해 언론이 만든 말이다)을 꼭 달성하라고 당부합니다. 저도 이를 꼭 달성하고 은퇴하고 싶어요.

-둘다 좌절이나 공백이 있었습니다. 운동하는데 영향을 미쳤을 것 같은데요.

▲심권호=사실 지난해 걱정이 많았습니다. 후배에게 대표자리를 뺏기고 올해 대표선발전 1차대회에서 또 졌을 때 ‘여기서 은퇴하게 되는구나’하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저는 꼭 큰 대회를 앞두고 한번씩 졌어요. 중학교때 자유형에서 패해 그레코로만형으로 옮겼고 체급을 올려서는 하태연에게 졌습니다.

지고 싶은 사람이 어디있겠어요. 그때마다 최선을 다해 더욱 열심히 연습을 했고 주위에서도 격려해줘 큰 힘이 됐습니다. 한번씩 꺾인 좌절이 더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조민선=다시 시작한다는 기분입니다. 나이가 들다보니 전성기때보다 체력은 떨어진 편이지만 기술에서는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합니다.

예전에는 많이 움직이며 하는 스타일이었는데 지금은 한수 앞을 내다보는 유도를 하게 됐습니다. 경험과 연륜에서 묻어나오는 것 같아요. 여유가 생기고 성격도 많이 부드러워졌다는 말을 듣습니다.

▲심권호=레슬링을 시작하고 11년만에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했어요. 그때야 비로소 ‘아 이게 레슬링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그 뒤로도 이기고 지고를 반복했죠. 승부의 세계는 어렵습니다.

▲조민선=저는 승부근성이 대단했습니다. 질 때보다 이길 때가 많았고 좌절해 본적이 없었죠. 항상 최고가 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은퇴하고 후배들을 지도하다 보니 1등만이 최고는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열심히 하고 자신에게 후회스럽지 않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죠.

15년 유도를 해왔지만 갈수록 유도는 어려운 운동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을 깨달았다기 보다 이해하는 마음이 커졌다고 봅니다.

▲심권호=주위에서 금메달을 당연시해 사실 부담스럽습니다. 올림픽에 나오는 선수들은 모두 세계최고의 선수들이죠.

쉬운 상대가 없습니다. 당일 컨디션에 따라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어요. 이 점을 이해해 준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조민선=세계의 유도도 평준화가 됐다고 보면 됩니다. 특히 벨기에, 이탈리아, 쿠바, 일본의 선수들은 하나같이 무서운 상대입니다.

하지만 권호가 부담을 느낀다고 했는데 저는 상관하지 않아요. 제가 좋아서 하는 운동이고 공정한 절차를 밟아 올림픽에 나갔고 정정당당하게 싸워서 졌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누가 누구를 어떻게 비난할 수 있겠습니까.

-지난 얘기를 다시 꺼내 미안하지만 애틀랜타올림픽때 우리 유도선수가 패배한뒤 악수를 외면하고 매트를 떠난 일이 있습니다. ‘골드 오어 나싱(gold or nothing)’이라는 비정한 풍토 때문이 아닌가요.

▲심권호=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어요. 사실 싸우다 보면 도저히 상대가 안된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때는 폴패를 당해도 마음이 편해요. 왜냐하면 실력으로 졌기 때문이죠. 하지만 실력도 안되는 선수가 손가락을 꺾거나 깨무는 등 온갖 비열한 짓을 하면서 덤벼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제가 이겨도 그 선수와 악수하고 싶지 않아요. 반칙이나 판정 때문에 억울하게 졌다면 더 더욱 그 선수와 악수하기 싫을 겁니다.

▲조민선=사실 국민들은 특정종목에 대해 깊이 몰라요. 어떤 과정을 거쳐서 한 선수가 금메달을 따고 또 은메달을 따는 지 잘 알지 못하죠. 선수들은 엄청난 훈련을 통해서 그 자리에 서고 또 이기려고 사력을 다합니다.

하지만 응원하는 입장에서는 안타까울 것이고 나중에 비난도 하게 될 것입니다. 저라도 그럴 거예요. 아까하고 비슷한 얘기지만 저는 비난에 신경쓰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항상 최선을 다한다는 신념을 갖고 경기에 나서기 때문입니다.

▲심권호=그 때 그 선수도 아마 제가 얘기한 경우를 당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습니다.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가 필요합니다.

▲조민선=부담을 많이 줘서도 안되지만 부담을 털어낼 줄도 알아야 해요.

(당시 그 선수는 결승종료 직전 석연치 않은 파울을 받아 일본선수에게 역전패했다)

-운동선수가 안됐다면 무슨 일을 했겠습니까. 또 앞으로의 계획은.

▲조민선=평범한 여학생이 됐을 거예요(딱딱하던 얼굴에 이때야 수줍은 미소가 감돌았다). 하지만 결국 운동을 하게 됐을 겁니다.

지금 한국체육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어요. 학업을 마치고 일본으로 유학, 유도를 좀더 배우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올림픽외에 딴 생각은 없습니다.

▲심권호=장난이 심해 말썽꾸러기가 됐을 겁니다. 하지만 저 역시 운동 이외의 것을 생각해 본적이 없어요. 앞으로의 계획은 아직 없습니다. 시드니올림픽이 끝나고 생각해야 할 문제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심권호(沈權虎)

1972년 경기 성남시에서 출생했다. 문원중 때 레슬링을 처음 시작했고 한국체대 시절 그레코로만형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48㎏급에서 94아시안게임, 96아시아선수권, 95세계선수권, 96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고 54㎏급에서도 98세계선수권, 98아시안게임, 99아시아선수권을 제패, 이번 올림픽에서만 금메달을 따면 2체급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조민선(曺敏仙)

1972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서울체육중학교 시절 유도복을 처음 입었다. 93세계선수권, 95세계선수권, 96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98아시안게임 이후 은퇴했다가 지난해 현역으로 복귀했다. -70㎏급 현역으로 복귀한 이후 파리오픈에서 2위, 아시아선수권서 3위를 기록한 바 있다. 시드니올림픽서 좋은 성적을 거둔 뒤 지도자 과정을 밟을 계획이다.

이범구기자

lbk121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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