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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독재자 2人, 법심판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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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독재자 2人, 법심판 초읽기

입력
2000.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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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기 최악의 독재자 2명이 아슬아슬한 말로를 맞고 있다.수하르토(79)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아우구스토 피노체트(84) 전 칠레 독재자의 운명이 최근 우여곡절 끝에 자국의 사법부 판단에 맡겨졌다.

하지만 과거의 독재자들이 온전히 법의 심판을 받을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해 보인다. 두 사람은 한결같이 고령과 건강악화를 내세우며 법망을 피해 보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검찰은 7일 수하르토의 부패혐의를 입증할 수사기록을 법원에 송달, 이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재판을 개시할 태세이다.

그러나 변호인측은 '치명적 뇌손상’을 이유로 수하르토의 재판정 출두는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검찰도 수하르토측 주장에 동조하는 모습이다.

검찰은 대신 6명의 수하르토 자녀 중 3명이 증인으로 출두하는 점을 유달리 강조했다. 주인공 없는 궐석재판이 될 공산이 커진 셈이다.

반대로 피노체트측은 대법원이 최근 신체감정 신청을 기각하고 1일 사실상 면책특권을 박탈키로 결정하자 돌연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그의 아들 마르코 안토니오는 3일 "아버지는 법정에서 당당하게 자신을 변호할 것”이라면서 건강 이상을 이유로 재판을 피하지는 않을 것임을 확인했다.

하지만 피노체트는 법정에 서더라도 당초 주장대로 "고령이라 사건 당시 일들을 기억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쉽지 않은 것은 무엇보다 정치력이 개입했기 때문이다. 압둘라흐만 와히드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이미 여러차례 착복한 재산만 돌려 받으면 수하르토와 정치적으로 타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솜방망이 처벌이 끝나면 수하르토를 사면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부응하듯 검찰은 수하르토의 해외재산 도피에 대해선 물증이 없다며 수사를 종결했다.

이번에 검찰이 기소한 수하르토의 부패 행위는 7개의 국내 자선단체를 통해 5억7,000만달러 상당의 국가재산을 빼돌린 것 뿐이다.

피노체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146건의 인권침해 관련 소송이 제기됐으나, 법원은 1973년 '죽음의 특공대’가 저지른 '정치범 19명 납치 실종’사건 만으로 피노체트를 기소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피노체트의 면책특권에 가로 막히고 변호인들이 항소함으로써 진척이 없는 상태이다. 칠레 대법원이 이번에 피노체트의 면책 박탈여부를 결정하고도 선고를 미룬 것도 군부 등 피노체트 옹호파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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