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김재정(金在正)대한의사협회장이 재판부에 보석을 신청했다. 신청서의 요지는 “석방되면 의료계 재폐업을 막겠다”는 것. 당시 의료계는 격론을 거쳐 재폐업 찬반투표를 실시하고 있던 터여서, 사실이 그렇다면 김회장의 보석여부는 중대한 상황변수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었다. 당연히 이 내용은 28일자에 기사화됐다.그런데 뜻밖에 “김회장의 측근”이라고 밝힌 이가 항의를 해왔다. “허위기사로 김회장 본인과 가족들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이 골자였다.
그러자 불똥은 보석신청을 한 김회장측의 변호인에게 튀었다. 급기야 이 변호사는 의협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언론보도에 대한 변호사의 입장’이란 해명서를 올렸다.
“보석신청서 내용은 김회장이 작성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본 변호사의 변론(용)”이라며 “언론이 이를 ‘선정적’으로 보도해 향후 김회장에 대한 변론에 지장이 생겼다”고 ‘해명’했다.
이 변호사는 나아가 “변호인은 보석허가를 위해 피고 본인의 의사와 다른 변론을 할 수도 있다”는 등 상궤(常軌)를 벗어난 주장을 펼치며 화살을 언론으로 돌렸다.
황당해진 기자는 4일 해당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변호사는 잠긴 목소리로 “인터넷에 올린 글은 순전히 의사들을 향해 본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언론이 잘못했다는 취지는 아니었다”고 말끝을 흐렸다. 결국 씁쓸한 기분으로 전화기를 놓을 수 밖에 없었다.
사실과 주장, 입장과 의도가 개입된 의견들이 혼재돼 어느 것이 ‘진실’인지 도무지 알 수 없게 돼가는 세상. 정작 일이 힘든 사람은 이 변호사가 아니라, 이런 현실에서 기사를 써야하는 기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석민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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