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부터 의약분업이 본격 시행된 이후 보건복지부 상황실에 민원이 폭주하고있다. 사흘간 쏟아진 700여건이상의 민원 가운데에는 웃지못할 내용이 적지않아 직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3일 오전 40대 초반의 난(蘭) 수집가가 하소연을 늘어 놓았다. 난이 시들지 않고 향을 오래도록 간직하려면 ‘항생제’를 뿌려야 하는데 처방전 없이 구입할 방법이 없겠느냐는 것이었다.
대답은 ‘노’. 민원을 접수한 현수엽(玄修葉)사무관은 “식물에 항생제가 사용된다는 것도 처음 알았을 뿐 아니라 앞으로 처방전이 악용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애견가(愛犬家)들의 속끓는 민원도 많았다.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사는 30대여성은 개에게 필요한 마이신을 살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떼를 썼다.
동물약품은 따로 있지만 지금까지 상당수 애완견 주인들이 사람에게 투약하는 전문의약품을 사용해온 것. 이 여성은 한술더떠 “몸이 아파야 마이신을 구해 개에게 줄 수 있을텐데…”라고 말했다고 한 직원은 전했다.
몰염치한 의사 부인의 전화도 있었다. 의사의 가족이나 친척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처방전 없이 약을 조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최희주(崔喜周)의약분업 추진본부 서기관은 “의약분업의 취지가 제대로 알려지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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