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7월 26일 발표한 ‘국민의 생활시간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하루 평균 여가 5시간 중 TV 시청 시간은 2시간 5분이다.TV는 그만큼 우리의 생활과 뗄 수 없다. 방송은 재미있고 유익해야 한다. 그러나 꼭 벗기고, 죽이고, 말초신경을 자극해야만 재미가 있는가?
방송의 선정성과 폭력성은 이제 수위를 넘어 가고 있다는 여론이다. 방송사들은 여론이 따가울 때마다 공영방송을 부르짖고 자정 결의를 했다.
그러나 시청률 지상주의, 방송사 사전심의제, 방송위의 규제, 시청자의 의식 등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무엇보다 방송인들의 의식이 변하지 않는다면 공염불이다.
황색으로 치닫는 TV의 구조적 문제점을 조목조목 들여다보고 대안을 제시한다.
시청률과 시청률 연동 광고요금제
시청률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방송인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시청률은 제작진의 평가와 인사 등 개인적 신상에 절대적 영향을 끼치고 광고 등 방송사의 수입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방송사 제작진은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인식은 선정성과 폭력성이 난무한 프로그램 제작으로 이어진다.
프로그램의 인기를 수치로 입증하는 시청률 경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라도 시청률이 낮으면 조기 폐지되고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프로그램이라도 시청률이 좋으면 장기 방영된다. 방송위원회의 제재도 시청률만 좋으면 면죄부를 받는 게 우리 방송계의 현실이다.
시청률은 조사기관인 TNS와 AC닐슨 두 군데에서 사전 조사를 거친 뒤 기계를 설치한 전국 800~1,000여 가구를 대상으로 산출한다.
분당, 시간당, 일별, 주간별, 월별, 프로그램별로 시청률이 집계된다.
시청률과 관련, 4월부터 실시되고 있는 시청률 연동 광고요금제는 시청률 경쟁을 조장하는 또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도 2일 광고주협회에 시청률과 광고에 지나치게 연연하지 말고 공익성 있는 프로그램에 광고를 많이 줄 것을 촉구했다.
최근들어 급증하고 있는 선정성 프로그램은 시청률연동 광고 요금제와 관련이 적지 않다.
그동안 한국방송광고공사가 방송광고를 책정한 방식은 방송사별 차이는 약간 있으나 방영시간대에 따른 고정 요금제였다.
벗기고 부수고 눈길끌기 혈안
양질프로 시청률 낮으면 퇴출
전문가 "공익성지수등 반영을"
그러나 시청률을 감안하지 않은 광고료 책정이 불합리하다는 의견이 방송계와 광고계에서 제기되면서 4월 17일부터 광고료를 책정할 때 시청률과 매체별지수, 요일별지수, 광고수요현황 등을 연계시키는 연동제를 도입했다.
고정요금제가 적용됐던 방송 3사의 월화 드라마의 광고료를 보면 회당 MBC ‘허준’은 754만원, KBS 2TV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750만원, SBS‘사랑의 전설’ 691만원 이었다.
연동제를 적용하면 시청률 50%대의 ‘허준’은 903만원이고 5%대의 ‘성난얼굴로 돌아보라’는 880만원으로 차이가 크게 난다.
이같은 시청률 연동제로 인해 방송사는 사활을 걸고 시청률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시청률 지상주의와 시청률 연동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프로그램의 공익성과 작품성 등을 평가하는 공익성지수와 연령별 프로그램을 감안해 광고료를 책정하는 방안이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광운대 신방과 주동황 교수는 “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방송 상황에서 시청률을 아예 무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방송사가 제작진의 능력과 인사를 시청률뿐만 아니라 작품을 통한 사회 기여도 등을 고려해 평가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선정성 등으로 인해 내려지는 방송위의 제재와 시청자 단체의 비판이 내부의 인사상 자료로 활용되는 것도 시청률 지상주의를 개선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지적도 있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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