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성악계 유고판 '로미오와 줄리엣' 주목유고 내전의 비극을 극복하고 사랑을 맺은 젊은 성악가 부부가 세계 오페라계에 화제가 되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지는 2일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오페라 축제에서 베르디의 ‘율리시스의 귀환’에 율리시스와 정숙한 아내 페넬로페역으로 출연중인 크리시미르 스파이처(24)와 마리야나 미야노비치(28)가 유고슬라비아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소개했다. 신문에 따르면 스파이처는 크로아티아계이며 미야노비치는 세르비아계로 유고내전이 벌어지던 1994년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은 1994년 거의 비슷한 시기에 오페라 공부를 하기 위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유학을 왔다. 첫 수업이 시작되기 전 담당 교수가 두 사람을 따로 불러 함께 공부를 할 수 있겠느냐는 다짐을 받을 정도로 고국의 대치상황은 험악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영어로 진행된 첫 수업에서 모국어로 인사를 나누고 곧바로 친구가 됐고 1996년부터 아예 동거를 시작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가족에게는 동거 사실을 비밀에 부친 채 고향을 다녀오거나 따로 공연을 다녔다.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계의 대치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된 올해에야 두 사람의 관계를 친지들에게 털어놨다. 양가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를 인정하고는 있지만 아직도 상황이 너무 복잡해 정식 결혼은 하지 못하고 있다.
미야노비치는 뉴욕타임스와의 회견에서 “우리의 이마에 크로아티아계나 세르비아계라고 써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나는 크리시미르를 크로아티아계가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남자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두 사람의 공연은 르몽드와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너자이퉁 등을 비롯한 유력지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뉴욕 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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