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일보 포럼/ 주5일근무 도입시 월차휴가 폐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일보 포럼/ 주5일근무 도입시 월차휴가 폐지

입력
2000.08.04 00:00
0 0

노동부는 최근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할 경우 월차휴가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재계는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되면 근무조건이 크게 개선될 것이므로 이 제도는 폐지돼야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초과근무가 일상화하고 있는 우리의 노동여건상 월차휴가를 없애면 주 5일 근무제의 취지가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며 반대한다.■찬성

/윤종만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제조사팀장

월차휴가는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를 도입한 1950년대만 하더라도 근로자가 휴식시간을 갖기 어려울 정도로 근로 조건은 대단히 열악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근로조건이 좋아졌다.

만일 월차휴가제도를 이대로 존치시킨 채 근로시간이 단축돼 주 5일제가 도입되면 선진국보다 법정 휴일·휴가일수는 오히려 더 많아진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8,500달러에 불과하다. 그런데 우리보다 훨씬 잘사는 대만이나 싱가포르에 비해 지금도 법적으로는 오히려 더 많이 쉬고 있다. 공휴일이나 법정휴가를 모두 소진시키고 근로자가 일해야하는 시간을 정상 근로시간이라고 하는데, 현재 한국은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 수준인 38시간에 불과하다. 이는 최소한 법적으로는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이 선진국 수준임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법정근로시간을 단축해 주 5일 근무를 하면 법적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쉬는 나라가 된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실제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쉴 수는 없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결국 쉬는 날 쉬지 않는 만큼의 추가 인건비 부담이 기업에게 가중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실제로 일하는 근로 시간, 즉 실근로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법정근로시간으로는 지금도 우리가 짧은 편에 속한다. 국민소득 3만∼4만달러의 유럽을 제외하고 법정근로시간 40시간 이하의 국가는 옛 사회주의 국가나 적도 주변국들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리나라가 당장 세계에서 근로시간이 가장 짧은 나라가 돼야한다고 주장할 근거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최소한 지금은 아니다. 따라서 법정근로시간 단축시 월차휴가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당연하다. 만일 월차휴가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면 더 이상의 법정근로시간 단축 논의는 무의미한 일이다.

세계 시장에서 다른 나라 기업들은 지지 않는 짐을 우리 기업만 지고 뛴다면 결코 이길 수 없고 월차휴가는 그런 차원에서 폐지돼야 하는 것이다.

■반대

/주진우 민주노총 정책2국장

사용자단체의 주장에 호응하듯 최근 정부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은 주 5일 근무제 실시와 함께 월차휴가를 폐지해야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노동부도 주 5일 근무제를 실시할 경우 월차휴가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하지만 월차휴가가 폐지되면 노동시간이 늘고 근로조건이 나빠져 장시간 노동을 축소, 노동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자는 주 5일 근무제의 취지가 무색해진다. 따라서 월차휴가는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

특히 월차휴가가 페지되면 임시직, 계약직 등 연차휴가를 받을 수 없는 1년 미만의 비정규 노동자는 자신의 유일한 휴가를 빼았기게 된다. 사용자와 정부가 주장하는대로 생리휴가까지 폐지된다면 여성 노동자는 월차휴가까지 합쳐 연 24일의 유급휴일이 없어지며 그것만으로도 주 5일 근무제는 실시하나마나한 셈이 된다.

주 5일 근무제를 실시하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휴가를 줄일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국경일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적지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연 4∼6주의 유급휴가가 보장돼 있고 또 그 기간이 계속 늘어나고있는 선진국에 비하면 우리의 휴일, 휴가는 아직도 매우 적다. 오히려 늘려야할 상황인 것이다.

월차휴가를 폐지하면 연차휴가만 남게되는데 이는 명백히 국제노동기준을 위반하는 것이다. 현행 국제노동기구(ILO) 조약은 연차유급휴가는 어떤 경우라도 1년에 3주 미만이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ILO 조약 제132호 3조3항).

굳이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제도라면 이를 연차휴가로 통합하는 방안도 있다. 그러나 비정규 노동자가 과반수를 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월차휴가제도는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 5일 근무제 실시의 취지는 경제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긴 노동시간을 단축해 노동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자는데 있다. 따라서 주 5일 근무제를 실시하는 대신 휴가는 폐지하려는 식으로 처리해서는 안될 것이다. 근로조건이 나빠지는 일 없이 주 5일 근무제가 실시돼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