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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경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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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경쟁학

입력
2000.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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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디어업계의 제왕 루퍼트 머독은 분명한 ‘경쟁철학’을 갖고 있다. 경쟁없는 독상은 먹어봐야 시원치 않고, 재미도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래서 그는 라이벌 업체의 싹수를 미리부터 잘라내려 안달하는 다른 기업인들과 달리 경쟁 자체를 즐거이 받아들인다.경쟁이야말로 자신과 조직을 더 크게 키우는 ‘비결’임을 일찍이 깨우쳤던 것이다.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의 1등이 진정한 월계관이라는, 이런 대승적 사고가 오늘날의 그를 만들었다.

■ 머독의 경쟁철학은 사실 동서고금의 진리다. 모든 기업과 시장이 경합의 긴장관계에서 성장·발전하도록 되어 있다. 동대문시장이란 상권도 그렇게 해서 커졌고, 대기업도 라이벌이 있어 존재하는 것이다.

고시(高試)의 특정 기수에서 장관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는 것도 같은 이치다. 반대로 경쟁없는 독점은 끝내는 고인 물처럼 썩어 자신과 사회전체에 화를 입히기 십상이다. 선진사회일 수록 ‘무경쟁’체제를 경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최근 삼성그룹의 독주가 파죽지세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매출, 순익, 브랜드가치 등 질·양면에서 질주가 눈부시다. 주식 시가총액이 2~4위 그룹들을 합친 금액에 버금간다고 하니 가히 삼성의 독무대다.

반도체 호황 덕분이라고 하나 여타 제조, 금융, 인터넷 등 거의 전분야에서 삼성의 압도적 지위가 공고해지는 형세다. 이러다보니 삼성의 주가 변동에 증시 전체가 목을 매다는, 어느 선진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 삼성은 국내가 더이상 경쟁무대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바로 그점이 위험하다. 환란이후 재벌판도가 압축된 가운데 대우에 이어 현대마저 질척거리고 있어 경쟁레이스에 오를 선수들의 씨알이 말라버렸다.

희망을 걸었던 벤처들마저 죽을 쑤고 있다. 내부 경쟁이 치열해야 외부세계로 뻗어나가는 탄력이 커지는 법이다. ‘개천에서 용 나왔다’는 말도 있지만 “밭이 좋아야…”라는 속담이 더욱 현실적이다.

/송태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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