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와서 그대 잠을 깨울 때 새하얀 맨발로 걸어 나오렴/ 사랑이 와서 닫힌 네 마음 열 때 가만히 귀 기울여 내노래 들으렴’.정지원 시 ‘사랑이 와서 그대 잠 깨울 때’에 정지상이 곡을 붙인 노래이다. 노래패 출신 싱어송 라이터 이지상이 두번째 음반 ‘내 상한 마음의 무지개’를 냈다.
1집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일본군 위안부의 삶과 상처를 노래한 ‘사이판에 가면’ ‘철길’ 등을 냈던 가수다.
이번에는 주한미군에게 억울하게 살해 당한 윤금이씨를 소재로 한 ‘보산리 그 겨울’ , 베트남 전쟁에서 억울하게 학살 당한 여성 레티옹 옥을 추모한 ‘베트남에서 온 편지’ 등 사회성 강한 노래가 수록됐다.
‘좁다란 골목 뒷계단에 늦은 별빛이 떨어지면/ 그 고운 두 눈 입술 위에 화장을 드리우고/ 누구에게 배워본 적 하나 없는 낯선 이방의 말을 읊조리며/ 누굴 찾아 집을 나서니 가로등 너머 이방의 땅’으로 시작하는 ‘보산리 겨울’은 단조의 애잔한 곡. ‘보산리 그 겨울에 남겨둔 상처가 너무 많아/ 이 추운 겨울 지나 봄을 찾아 떠나갔니’하며 윤금이의 짧은 생을 기억한다.
‘7년을 헤어졌어도 우리는 순결을 지켰네’하는 여운이 길게 남는 ‘베트남에서 온 편지’는 레티옹 옥의 남편 톤 롱히엔의 추모시를 애잔한 휘파람 소리와 함께 나지막히 들려준다.
분노가 아니라 슬픔이다.
이지상의 노래는 포크중에서도 사회비판적인 색채가 강한 편. 그러나 음반은 전체적으로 사람 살이의 따뜻한 정에 초점을 맞추었다.
다사로운 통기타에 실린 이지상의 편안한 보컬은 ‘그래도 사람이 아름답다’는 그의 노래 명제에 충실하다. ‘사랑이 와서…’의 서정성과 ‘그대와의 만남’에 담긴 풋풋한 설레임은 이지상 포크의 또 다른 한 축을 이룬다. 작사, 작곡, 연주, 편곡은 물론 제작 마케팅까지 혼자 힘으로 해냈다.
1989년부터 노래패 활동을 시작했고, ‘조국과 청춘’을 창단해 음악감독을 맡았으며 92년부터 94년까지 ‘노래마을’에서 활동했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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