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초강대국의 위치를 고수할 수 있는 힘은 바로 외국에서 유학왔다가 눌러 앉은 고급두뇌들 덕분이라는 말을 한다. 지난 달 유럽축구선수권때 결승에 진출한 이탈리아축구에 대해 한 해설자는 “수비가 저렇게 강한 이유는 바로 자국 프로무대에서 세계 최고의 공격수들이 뛰기때문”이라고 설명했다.전혀 상반된 분야의 두 사례는 ‘학습과 경험’의 중요성을 얘기해준다. ‘말은 제주도,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속담도 있듯 어떤 분야든 우수인력이 모일 수록 수준이 향상된다는 사실은 경험적으로 알 수 있는 일이다.
축구협회가 올 초 2002년 월드컵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우수선수들의 해외진출을 적극 추진하기로 한 까닭도 같은 맥락이다. 선진축구에 대한 경험만이 짧은 시간에 우리 수준을 끌어 올리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안정환의 해외이적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 축구의 척박한 풍토를 다시 생각했다. 우여곡절끝에 부산 정몽규(현대산업개발회장)구단주의 결단으로 안정환의 이적이 성사됐지만 사실 그 이전에 몇차례 무산위기가 있었다.
부산구단은 어떻게든 스페인의 레알 라싱으로 보내 안정환의 소유권을 확보하고 싶어 했고 안정환은 더 좋은 조건의 팀을 원하면서 빚어진 갈등때문이었다. 결국 안종복(e플레이어 사장) 전 부산단장이 나서 페루자 입단을 성사시켰지만 부산구단이 안정환의 이적에 주도권을 상실하면서 입은 상처는 아주 크다.
안정환의 페루자입단이 부산구단의 결정만 남겨 놓았을때 “왜 (구단이) 주저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병기단장은 “현대산업개발이 부산대우축구단을 인수할 때 안정환의 비중을 얼마로 봤는지 아느냐”며 곤혹스러워 했다.
안정환이 성적과 홍보에 절대적 존재여서 보내기 어렵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현재의 구단 이기주의가 2002년 월드컵서 나쁜 성적으로 귀결되고 이후 축구열기가 감소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우수선수들의 해외이적이 지지부진한 가장 큰 이유중 하나는 구단이기주의다. 축구열기를 이어가고 싶다면 구단들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단기적인 희생을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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