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를 오가며 ‘한국 정치’를 쥐락펴락했던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의 줄타기 정치가 열흘도 못돼 좌초 위기를 맞았다. 민주당을 앞세운 날치기 등 무리수를 끌어냈지만 ‘자민련 교섭단체’는 진척이 없는 반면 정작 자신은 잇단 골프 파문까지 겹쳐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물론 당리당략을 앞세워 대치정국을 초래했다는 여론의 질책은 당초 JP에게 관심밖이었다. 자민련 교섭단체만 성공하면 총선참패라는 후유증을 털어버리고 재기할 수 있다는 확실한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심 자신을 놓고 밀고당기는 김대중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를 오가며 ‘꽃놀이 패’만 두면 된다고 생각했을 법하다. JP와 자민련은 지난달 24일 날치기 성공때만 해도 계산이 적중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이총재와의 골프장 회동을 지렛대로 시작된 줄타기정치는 JP와의 ‘밀약설’에 휘감긴 이총재가 ‘야성회복’을 선언하면서 원점으로 돌아갔다. 다급해진 JP는 이총재를 붙잡기 위해 지난달 31일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이총재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오히려 이총재는 2일 의원총회에서 밀약설을 빚대 “이런 저질정치는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한다”며 JP와 분명한 선을 그었다. 불과 며칠전 “정치선배 고향선배 대학선배를 만나고 싶었다”며 JP의 ‘몸값’을 인정했던 이총재였다. 대치정국이 부담스러운 민주당 역시 JP에 대한 시선이 예전에 비할 바가 못된다.
지난 달 23일 수해로 인명피해가 집중됐던 경기 용인에서 골프를 쳐 입방아에 올랐던 그로서는 일본에서의 골프 약속때문에 국회 개회 시각을 오락가락하게 만들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 설상가상의 형국이 됐다.
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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