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이 연결되면 바야흐로 남북간 철도가 직결 운행될 것으로 보인다. 교통전문가의 한 사람으로 감격스럽지 않을 수 없다.철도의 연결은 도로의 연결보다 훨씬 복잡한 시설, 운영적인 문제들을 수반한다. 따라서 경의선의 연결은 단순히 미(未)연결구간을 단선으로 잇는 문제가 아니다. 단선으로 구간을 연결한다고 하더라도 운행할 차량의 종류, 전력체계, 신호·제어 통신방식, 운전방식, 역사의 위치와 규모 그리고 남한과 북한의 기존 철도노선에서의 운행회수 확보와 연결문제 등 해결해야 할 사항이 많다.
현재 경의선 연결에 소요되는 시간으로 언론이 보도한 것은 이미 실시설계까지 준비가 되어있는 우리측에서의 연결구간에 단선을 건설하는데 소요되는 기간을 이야기 할 뿐이다. 예산확보만 되면 단선구간의 연결은 기존의 장애물 제거 등을 제외하면 특별히 어려울 게 없다.
그러나 북한의 많은 철도구간은 선로상태가 열악하여 속도를 제대로 내기 어렵고 수송능력 또한 상대적으로 낮은 상태에 있다고 전해진다. 따라서 연결된 노선들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려면 단절구간의 연결 말고도 추가적인 선로개량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북한의 철도에 대해서는 상세한 기술적인 자료가 매우 부족한 상태이거나 공개가 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철도개선이 필요한 범위와 규모를 구체적으로 계획하거나 예측을 하기가 매우 곤란하다. 또한 물동량 전망에 따라서 단순한 단선이 아니라 복선으로의 연결이 필요한 경우도 상정할 수 있고, 그럴 경우 남한에서의 구간도 그러한 준비를 하여야 할 것이다.
먼 장래에 고속철도가 직통운행을 할 경우를 감안하면 전철화도 고려하여야 할 것이고 노선설계도 확장가능성에 대비하여 설정해야 추후에 다시 변경하는 일이 없게 될 것이다. 이러한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경의선의 연결은 현재까지 준비해온대로 단순히 단선으로 물리적인 연결을 한다는 것보다는 훨씬 더 광범위한 설계변수의 선정이라는 복잡한 경제적·기술적인 문제를 포함하게 되는 것이다.
유라시아 철도로 연결하는 문제도 사정은 비슷하다. 역시 구체화해야 할 부분이 많다. 북한내의 철도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시작일 뿐이다. 궤간 차이로 인한 환적의 필요성, 중국 내부의 철도 용량부족의 문제도 상당히 고려하여야 할 사항이다.
이와 더불어 다수의 국가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세관문제 등 국경통과에 대한 고려, 운행회수의 보장, 화물의 보안문제, 운임의 안정성 확보 등도 해결과제이다. 해운업계의 대응도 철도수송의 경제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남한은 현재까지 인적·물적 교류가 남한내에서만 움직이는 것을 전제로 하여 교통 시설 계획들이 수립되었고 추가적으로 단순히 남·북한 간의 단절 수송로 연결에 대한 고려만 하고 있었다. 그러나 남북간의 물동량이 포화상태가 되거나, 동북아간 육상교통이 활발해지면 기존의 체계가 크게 변화할 것이므로 수단선택 행태등도 달라질 것이다.
남북간의 직접연결로 통행길이가 길어지면 철도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이므로 기존의 많은 철도노선에서 병목현상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남북교류의 활성화와 궁극적인 통일에 대비하여 한반도 전체를 대상으로, 국제 교통망형성이라는 원칙 아래 우리나라 전체의 교통시설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북한을 거쳐 유라시아 대륙을 철도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지만 이제 그 가능성은 매우 구체적인 형태로 우리 앞에 열려있다.
이제 그 무한한 가능성을 향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며 효율적인 실천방안을 수립하기 위해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서선덕 한양대 교통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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