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을 뵈러 잠시 고국에 들렀었다. 1992년 유학을 떠난 이후 줄곧 외국서 생활한 나는 이제 한국을 들를 때마다 엄청난 변화를 실감하곤 한다. 특히 텔레비전을 보면서 한국이 차차 문화 개방을 해가는 모습을 실감하곤 한다.나는 기본적으로 문화 개방이 젊은 세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학생들이 입시 공부에만 매달리지 않고 친구들과 자유롭게 춤을 추는 모습은 참 보기가 좋다. 옷도 개방적인 차림이 보기에 더 편하다. 머리염색도 반대하고 싶지는 않다. 신세대 연예인들이 여러 나라의 춤과 옷차림을 모방한 것 또한 비판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자기 표현과 발표력이 부족한 점은 꼭 짚고 싶다. 문화 개방의 시대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받아들여야할 가장 중요한 외국 문화가 바로 자기 표현과 발표력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나는 영국서 박사학위를 따고 지금은 미국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 지역과 한국의 문화를 나름대로 비교하곤 하는데 역시 가장 큰 차이는 그곳 사람들이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한하는 반면 한국인들은 굳고 무표정한 얼굴로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아나운서와 뉴스 리포터는 단순히 내용을 전달하는데 그친다. 하지만 서양의 아나운서와 리포터는 약간의 자기 감정과 인성을 함께 담아 뉴스를 전달하는 것 같다.
꼭 방송인이 아니더라도, 보통의 서양인들도 대중 앞에서 발표할 때 자신을 드러내도록 훈련받고있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한국인의 표현없는 공백 얼굴을 비판하곤한다. 나만 해도 한국인들이 대화나 발표시 눈만 깜박이지 말고 얼굴 전체에서 감정과 인성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고싶다.
물론 그런 모습은 가정과 학교 교육을 통해 형성될 수 있다. 가정에서는 자녀들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때 진지하게 들어주고 의견을 말하면서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해야겠다. 학교에서는 국어 영어 수학공부를 철저히 시켜야겠지만 발표력과 작문 실력을 키우는 데도 비중을 두었으면 한다.
문화 개방의 시대에 다른 문화와 제대로 교류하기위해서는 말과 글을 통해 우리 문화를 잘 표현하는 능력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홍완표 미국 미시간주립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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