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9시30분부터 시작된 한미 주두군지위협정(SOFA) 개정 협상은 양측이 한미 SOFA를 다른 나라 수준으로 개정해야 할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쟁점에 대한 기본입장은 그대로 유지, 시종일관 팽팽한 분위기속에 진행됐다. 양측은 이날 공식 협상이 끝난 뒤에도 용산 미군기지내 식당으로 옮겨 만찬과 함께 논의를 계속했다.○…미측은 우리측이 형사재판관할권은 물론 환경 노무 검역 보건·위생 시설구역 문제 등 SOFA의 제반 분야를 거론한 데 대해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아 과거의 입장과는 다른 면모를 보였다. 미측은 또 “한미 SOFA를 다른 나라 수준으로 개정할 때가 됐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혀 회담 결과에 대한 일부 희망적 관측을 낳았다.
그러나 미측은 신병 인도시기를 양보하는 조건으로 미군에 대한 인권보장 장치 마련을 요구하는 등 이전의 기본입장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아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대세를 이뤘다.
특히 미측은 ‘다른 나라 수준’의 개념에 대해서도 신병인도 시기는 일본식, 환경분야는 독일식 개정을 요구하는 우리측과는 다른 견해를 보였다. 미측은 징역 6개월 이하 사건의 경우 재판권을 행사하지 않는 일본의 예를 들어 우리의 재판관할권 축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대표들은 한미 SOFA가 일본·독일의 수준으로 개정돼야 한다는 점을 강력하게 주장했으나 미측이 우리측 안을 전부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 눈치였다. 한 협상관계자는 “협상은 주고 받는 것이다”며 “빚을 달라고만 하고 자기는 갚지는 않겠다고 할 수 만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국측 수석대표인 송민순(宋旻淳) 외교부 북미국장은 오후 회의 속개전 기자들과 만나 “검토사항이 300쪽에 달하는 데 이틀 동안 협상을 끝내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라고 말해 이번 협상은 서로 기본입장을 파악하는 전초전이 될 것임을 암시했다.
○…이날 협상은 형사재판관할권과 환경 노동 검역 보건·위생 등 기타 분야를 나눠 ‘두개의 트랙’방식으로 진행됐다. 송국장은 “형사재판관할권 분야가 논의할 사항이 많아 따로 뗐을 뿐 두가지 분야에 비중을 달리하거나 우선 협상 대상을 정한 것은 절대 아니다”고 설명했다.
○…미측 수석대표인 프레데릭 스미스 미 국방부 아·태부차관보는 이날 회담에 앞서 반기문(潘基文)외교부 차관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의 정책을 비판할 수 있으나 반미(反美)로 가는 것은 잘못”이라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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