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국회의원의 평균재산이 16억1,700만원이라고 한다. 얼핏 보면 의원 하나 하나가 꽤나 부자인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신고된 모든 재산을 합쳐 의원의 수로 나눈 것일 뿐, 재산의 규모는 천차만별이다. 예를들어 정몽준의원(무소속)의 재산은 2,783억원이고, 이윤수의원(민주당)의 재산은 -1억4,200만원이다. 비교 자체가 무리다.■정치인 중 재산이 많은 쪽과 없는 쪽 중 어느 쪽이 정치를 잘 할 수 있을까. 경험측으로 볼때 둘 다 정치인으로서 좋은 환경을 가졌다고는 할 수 없다. 재산이 없는 정치인은 도덕적 측면에서 비교우위에 설지는 모르나, 현실적 측면에선 정치를 잘 할 형편은 못된다.
정치란 돈이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 것은 물론 수많은 곳에 돈을 들여야 한다. 그것 뿐인가. 의원으로서 품위도 지켜야 하며, 가장으로서 살림살이에 보탬도 해야 한다. 의원 세비로는 턱도 없다. 후원금으로 충당해야 하는데, 끗발없이는 후원금도 제대로 걷지 못한다. 경우에 따라 지인들에게 손을 벌려야 한다. 이것 자체가 흠결이다.
■돈 없이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일단 배짱이 두둑하거나, 아니면 깨끗하게 정치를 하려는 사람들이다. 겉으론 청빈한 모습을 보이면서 뒤로는 호박씨를 까는 위선의 정치인도 있기는 하다. 닥닥 긁어 모아도 신고 재산이 몇 백만원에서 몇 천만원밖에 안되는 의원들도 여럿 보인다.
돈 없는 것이 수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 연륜 그 경륜에 자랑은 못된다. 빚쟁이 의원들도 있다. 제 집 하나 건사 못하면서 어떻게 국가경제 등 국정을 논할 것인가 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지, 어색한 일이기는 하다. 이럴때는 ‘무전무정’(無錢無政)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듯 싶다.
■의원의 신분으로 재산이 지나치게 많은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돈이 많은 사람은 그 돈에 치이게 되어 있다. 권력앞에 약점도 생기게 마련이다. 때에 따라 운신에 제약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럴땐 ‘다전무정’(多錢無政)이 라는 표현이 제격은 아닐는지. 산 좋고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은 이 세상에 없는 법이다. 요즘엔 모든 것을 다 가지려면 탈이 난다.
/이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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