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생존력을 지닌 외래산 변종 개미가 미국 서부지역을 침공, 토종개미는 물론 이 일대 동.식물의 생태계가 초토화할 위기에 놓였다.문제의 개미는 흔히 '설탕개미’라 불리우는 아르헨티나 개미들로 1890년대부터 수입 설탕이나 커피에 묻어 미국에 흘러 들어왔으며 크기는 0.12㎜ 정도에 불과하다.
인간세계에선 남미계 이민자들이 소수민족 취급을 당하고 있는데 반해 이 남미산 개미들은 미국 토종개미를 확실하게 평정, 샌디에이고~샌프란시스코 북부까지 약 960㎞에 이르는 거대한 식민지를 형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크기는 전세계 개미들의 영토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개미들의 생태를 조사중인 샌디에이고에 있는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테드 케이스 생물학 박사와 그의 연구팀은 "미국으로 건너온 아르헨티나 개미가 100여년간 적응을 거쳐 본토 종들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유전적 특질을 기반으로 엄청난 세력권을 형성했다”고 밝혔다.
개미는 같은 종류라 할지라도 다른 여왕 개미를 중심으로 군집을 이룰 경우 유전적 특질에 따른 고유 화학물질의 분비로 집단을 구분하고 치열한 전투를 벌인다.
반면 연구팀 조사결과 미국내 아르헨티나 개미는 일종의 ‘유전자 병목현상’을 거쳐 각 집단간 유전적 차별이 최소화 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아르헨티나 본토에서 이 개미들은 타집단의 개미가 영역을 침범할 경우 집단으로 달려들어 사지를 갈갈이 찢어버릴만큼 호전적이다”라며 "하지만 미국에선 유전적 차별이 최소화된 관계로 타집단일지라도 매우 우호적이며 협동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미국 서부에선 여러개의 아르헨티나 개미집단이 일종의 연방국가를 형성, 엄청난 번식력과 치명적인 공격용 화학물질을 무기로 토종개미들을 몰아내고 있으며 현재 이 지역 제1의 해충으로 등장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 여러 지역에선 한때 20여종의 토종개미가 있었지만 지금은 아르헨티나 개미를 포함한 단 두 종류만이 남아있다.
그나마 다른 한 종의 토종개미는 아르헨티나 개미의 활동이 뜸한 겨울에 번식하는 개미다. 더욱이 토종개미들을 주식으로 삼고 있는 뿔도마뱀이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개미를 매개로 번식을 하는 식물들도 멸종의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막상 아르헨티나에서 이 개미들은 매우 드물고 세력도 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박멸방법을 알려달라는 주민들의 요구에 대해 "현재로서는 습기를 없애라는 말 밖에 할 수 없다”며 "하지만 자기집의 아름다운 '잔디 정원’을 '모래밭’으로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케이스 박사는 현재 개미들의 고유 화학물질을 분석, 적대적인 화학물질을 개발해 각각의 집단에 뿌린 뒤 서로 전투하도록 하는 '동족상잔’형 박멸법을 연구중이다.
또 다른 방법은 '이이제이(以夷制夷)’형으로 아르헨티나 개미의 천적인 남미산 불개미를 번식시키는 방법. 그러나 또 다른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견해가 나오고 있다.
연구팀은 또한 "일개미는 유전적 특질을 나눠주는 여왕개미를 위해서 일하는 습성이 있다”며 "만약 유전적 특징이 모두 같아진다면 일개미는 전체 집단을 위해서만 일할뿐 자신의 여왕개미를 돌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훈기자
jun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