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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 떠나는 타임지사장 플로크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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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 떠나는 타임지사장 플로크루즈

입력
2000.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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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지 타임의 베이징(北京)지사장 제이미 플로크루즈(49·사진)는 요즘 29년간의 중국 생활을 정리하면서 만감에 젖어 있다.필리핀 출신인 그는 1971년 마닐라를 떠나 홍콩을 경유, 3주간의 기차여행 끝에 베이징에 도착했다. 필리핀의 페르난도 마르코스 대통령의 독재가 심해지고 있던 당시 장발에 나팔바지인 그는 이름난 운동권 학생으로 마오쩌둥(毛澤東) 신봉자였다.

그와 동료 몇명은 중국우호친선협회로부터 초청을 받았고 필리핀법상 범죄행위인 중국여행을 감행했다.

그가 중국을 방문한 동안 마르코스는 비밀요원들에게 반체제인사를 재판없이 구금할 수 있는 초법적인 영장을 발부했고,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던 그는 이후 12년간 중국에 머물수 밖에 없었다.

중국측은 베이징의 호텔에 숙소를 마련해주었지만 플로크루즈는 毛의 교시를 따르기 위해 베이징 변두리에서 한겨울 추위를 견디며 노동을 했다. 1973년 여권 만기가 끝난 그는 무국적자로 망명객의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고 어시장에서 잡역부로 일하면서 중국어를 익혔고베이징대학에서 중국역사를 전공해 학위를 취득했다.

그동안 그는 毛의 사망과 그의 부인 장칭(江靑) 등 4인방의 몰락, 톈안먼(天安門) 사태와 급진적 실용주의 노선 등 20세기 후반 중국 격동의 산증인이 됐다.

그의 공산주의에 대한 순수한 열정은 이제 냉철한 비판으로 바뀌었다. 필리핀 대사관도 1983년 여권을 재발급했고 12년만에 고향을 방문할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뉴스위크의 기자를 거쳐 타임의 기자로 활동했고 1990년부터는 타임의 베이징지사장을 맡아왔다.

“기자가 취재없이 기사를 쓸 수 있을 정도가 됐다면 떠나야 한다”고 말하는 그는 정치로부터 객관성을 유지하고 자기 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미국 뉴욕 외교위원회의 에드워드 머로우 장학재단에서 1년간 공부할 예정이다.

그는 “29년전 필리핀을 떠나는 날 아침 어머니의 목소리에 잠이 깬 이후 또 다른 긴 꿈을 꾸어 온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주훈기자

ju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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