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그룹 결합재무제표 분석역시 재벌은 '거품'투성이였다.
계열사끼리 주고 받으며 부풀려졌던 '가공자본' '가공매출''가공이익'등 거품을 제거해놓고 봤더니 재벌은 그 취약한 내부구조를 여실히 드러냈다.
올해 처음 도입된 걸합 재무제표는 과대포장된 재벌의 실상을 투자자들에게 여과없이 드러냈다.
우선 4대그룹의 내부거래 비중이 40% 에 이르는 등 '뻥튀기'매출 사실이 그대로 드러났다. 또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부실한 그룹이 9개나 된다는 사실도 새롭게 확인됐다. 재벌의 허약한 체력이 드러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민의 정부가 추진해온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이 구호에 그쳤다"고 비판하고 있다. 결합재무테표가 공개된 시점의 제2단계 기업구조 조정은 '단순 재무제표상의 부채비율 200%축소'에 주려했던 1차 기업 구조조정과는 근본적으로 달라야 할것으로 보인다.
■재벌은 ‘안방재벌’
16개 그룹의 매출액 가운데 내부거래 매출액이 165조6,400억원으로 34.9%나 달해, 계열사끼리 매출을 부풀려 주는 ‘안방 재벌’인 셈이다. 특히 현대·삼성·LG·SK 등 4대 그룹 내부 거래액은 155조2,100억원으로 전체 내부 매출액의 69.9%를 차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비정상거래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했으나 비정상 불공정 내부 거래가 재벌 그룹에서 횡행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또한 16개 그룹 가운데 9곳이나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이자)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수익성이 낮았다. 4대 그룹에서도 현대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대지 못할 정도로 재무구조가 좋지 않다.
부채비율도 삼성·롯데를 제외하고는 모두 200%를 넘길 정도로 재무구조가 취약했다. 1년내 만기가 되는 부채를 한꺼번에 갚을 수 있는 현금 자산을 나타내는 유동비율도 삼성과 동부를 빼고는 모두 100% 이하로 좋지 않았다.
■재벌개혁의 지렛대로 활용
정부는 결합재무제표를 ‘고삐풀린 말’같은 재벌을 규제하는 지렛대로 사용할 것으로 예정이다.
이 제도를 도입한 것도 재벌이 선단식 경영에 따른 계열사 상호출자와 지급보증, 과도한 자금대차 등의 내부 거래로 사실상 공동운명체를 이루고 있지만 연결재무제표만으로는 전체 계열사를 포괄하는 재무상황의 전모를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특정 계열사가 부도났을 때 내부 거래로 복잡하게 연결된 다른 계열사까지 ‘전염’되면서 연쇄부도를 몰고 온 전례가 결합재무제표 도입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이번 결합재무제표 도입의 계기로 부채비율이 높게 나타난 재벌의 경우 당장 시장의 신뢰 하락이 불보듯 뻔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결합재무제표상의 부채비율이 높다고 해서 주채권은행이 다시 해당 기업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도록 강요하지 않겠다”면서도 “금융기관이 기업 여신 건전성을 평가할 때 결합재무재표를 반드시 반영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자산건전성분류기준(FLC)에 결합재무제표를 감안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결합재무제표상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은 여신등급평가에서 불이익을 받게 되고 이자율 등 여신 조건이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결합재무제표상 부채비율 등이 나쁜 기업은 감독당국이나 금융기관의 요구가 나오기 전에 내부거래 축소, 영업이익 향상 등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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