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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오빠'와 '마담'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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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오빠'와 '마담'사이

입력
2000.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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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8세인 이만섭 국회의장이 오빠부대를 거느리게 됐다고 한다. 국회법 개정안 파동속에 ‘날치기는 없다’며 소신과 중립을 지킨데 대해, 국회 인터넷 사이트에 ‘만섭 오빠 사랑해요’ 등 네티즌의 격려 메일이 잇따라 올랐다는 얘기다.그의 정치 이력을 흠잡는 이들은 비웃을지 모르나, 최근 가장 재미있게 읽은 정치 기사다. 국회가 자유당 때 수준으로 퇴행한 서글픈 정치현실에서, 입법부 수장이나마 고고한 것을 위안삼을만 하다.

■ ‘만섭 오빠’가 스타가 된 지난 주, 영국에서는 국민적 존경과 사랑을 받아온 베티 부스로이드 하원의장(70)이 은퇴했다. 700년 영국의회 사상 첫 여성 의장으로 8년동안 의회의 권위 수호에 헌신한 ‘마담 스피커’의 영광스런 퇴진이었다.

의회 민주주의 원칙에 철저한 자세에 대한 경외심에서, 의회와 언론은 미혼인 그를 그렇게 존칭했다. 대중도 대통령제를 택할 경우의 최우선 후보로 그를 꼽았다. 그의 은퇴가 국민적 상징을 잃은 아쉬움을 남긴 연유다.

■ 사석에서 ‘우리의 베티’로 불린 그는 노동계층 출신에 대학졸업후 한때 연예계 코러스 걸로 일한 초라한 배경을 지니고 있다. 또 의원 비서를 거쳐 6차례 낙선끝에 간신히 하원에 들어갔다. 그러나 오직 의정에만 매달리는 열정으로 노동당 원내총무와 하원 부의장으로 입신했다.

그리고 보수당 집권시절인 92년 정파를 초월한 지지를 업고 경선을 통해 의장직에 올랐다. 강력한 정부에 맞서 의회의 독립과 권위를 지켜갈 최선의 인물로 선택됐던 것이다.

■ 그는 고별연설에서도 엄격한 의회주의자의 면모를 확인시켰다. 정부가 의회를 제치고 국정을 전단하는 행태가 정치에 대한 냉소를 부추긴다고 질책했다. 또 정부를 견제·감독하는 의회의 역할을 상기시키면서, 쉬는 날이 적다고 불평하는 젊은 의원들을 나무랐다.

이 준엄한 고별연설에, 의원들은 금지규정을 어기고 전례없는 열띤 박수를 보냈다. 언론도 최상급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영국 의회의 ‘마담’과 우리의 ‘만섭 오빠’는 기실 다가서기 어려운 정치수준의 격차를 상징한다.

/강병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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